정세현 "문대통령 베트남 합류 쉽지 않다…핵심은 다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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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7일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제재 문제가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되느냐'를 주목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이 안 되면 베트남에서 열기로 한 북미정상회담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상당히 많은 것들로 덩어리가 크다. 그에 반해 상응조치는 연락사무소니 무슨 종전선언이니 하는 자잘한 것들"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제재 해제까지는 못 가더라도 제재를 완화해주는 그런 표현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일 오전 서울 숙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일 오전 서울 숙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으로 들어가 북미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거라고 본다"며 "지난번 싱가포르 회담 준비할 때는 판문점에서 출퇴근 회담을 했는데, 그때는 의사결정 과정이 답답했다. 이번에는 본질로 들어가서 결판내고 특히 북한 쪽의 결심을 받아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깔린 조치라 본다"고 했다. 또, "이번에 미국이 가져온 보따리가 괜찮으면 통 큰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암묵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비건이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연합뉴스]

북·미, 미·중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해 3자 또는 4자 합의로 정전선언을 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에 대해서 정 장관은 "쉽지 않다"고 봤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비건-김형철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두고 거기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면 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진도를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6일 "북미 사이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지만 (문 대통령의 베트남 합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3월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한 달 내가 되지 않겠느냐"며 "너무 달을 넘기면 우리 국민 여론이 안 좋다. 그쪽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얻어내려 하는 것이 있는데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며 "너무 늦게 오면 우리 여론이 안 좋아져 (남북 경협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 북한은 좋을 것이 없다. 가능한 빨리 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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