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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함박웃음’, 빙벽등산·스키어 ‘울상’..따뜻한 겨울 희비

중앙일보

입력

골프장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PIXABAY]

골프장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PIXABAY]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손모(36)씨는 한겨울에도 주말이면 강원도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즐긴다. 이번 겨울 눈이 내리지 않은 데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날이 많아서다.

강원도내 일부 골프장 1월에도 영업 이어가 #설악산 일부 폭포 빙벽은 안전 문제로 폐쇄 #스키장들 눈 안 내려 슬로프 인공눈으로 채워

손씨는 “날씨가 따뜻해 바닥이 얼지 않고 쌓인 눈도 없어 골프를 치기엔 좋은 환경”이라며 “한겨울에 영상 5도면 따뜻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스크린 골프장보다 일반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원도 홍천의 H골프장의 경우 따뜻하고 눈이 오지 않는 날씨 덕분에 지난 1월에도 골프장 문을 열었다. 과거엔 1월 한 달간 휴장했었다.

1월 둘째 주와 셋째 주 금·토·일요일에 문을 열었는데 이용률이 70~100%에 달해 24일부터는 주 중에도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장 잔디 이미지[중앙포토]

골프장 잔디 이미지[중앙포토]

정의돈 부지배인은 “낮 시간대 기온이 영상 5~6도까지 올라가는 날에는 겨울임에도 예약이 완료된다”고 말했다.

횡성에 있는 A골프장도 지난 12월부터 최근까지 골프장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이 골프장은 1일 최대 45팀이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주말이면 대부분 예약률이 100%다. 골프장 관계자는 “설 연휴 직전인 2일에도 예약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적설일 수는 춘천 2일, 강릉 1일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30년 평균 적설일 수는 춘천 7.4일, 강릉 3.5일이다. 적설량도 춘천 4.2㎝, 강릉 3.5㎝로, 30년 평균 적설이 춘천 24.1㎝, 강릉 37.5㎝인 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29일 개장한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판대아이스파크 빙벽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빙벽을 오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9일 개장한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판대아이스파크 빙벽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빙벽을 오르고 있다. [뉴스1]

눈이 적게 내리고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희미가 엇갈리고 있다. 골퍼들과 달리 겨울스포츠의 백미인 빙벽 등반가는 울상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달 10일부터 공원 내 폭포를 대상으로 빙벽등반 훈련장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토왕성폭포와 건폭포 등 2곳은 훈련장으로 개방하지 못했다.

설악산사무소 관계자는 “눈이 많으면 등반 중 낙빙이 발생해도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눈이 흡수하는데 올해는 적설량이 적어 낙빙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결빙 견고함도 적정수준에 미달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개방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폭포는 설악산 빙벽등반 훈련장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에 따라 산악회 회원과 빙벽동호인들은 아쉬움을 달려며 공원 내 다른 폭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중·하 3단으로 총 길이가 320m에 달하는 토왕성폭포는 설악산에서 가장 큰 폭포다. 죽음의 계곡에 있는 건폭포 역시 많은 빙벽동호인과 산악회 회원들이 찾는 곳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 물이 바짝 말라 붙여진 이름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토왕성폭포와 건폭포를 비롯해 두줄폭포와 형제폭포 등 모두 7개 폭포를 대상으로 해마다 빙벽등반 훈련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겨울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빙벽등반훈련을 신청한 산악회와 빙벽동호인들은 지난 1일까지 103팀 607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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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강원도 내 한 스키장이 슬로프에 인공눈을 뿌리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강원도 내 한 스키장이 슬로프에 인공눈을 뿌리는 모습. [중앙포토]

또 강원도내 스키장들은 눈이 내리지 않자 인공눈으로 조성한 슬로프를 운영 중이다. 정선에 있는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은 이번 겨울 57만t의 인공눈을 슬로프에 뿌렸다.

스키장을 찾는 스키어와 보더들은 스키장의 낭만 중 하나인 설경을 보지 못하자 아쉬움을 표현했다.
직장인 신모(38)씨는 “인공눈과 자연설은 서로 입자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인공눈으로 만든 슬로프에 눈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뒤섞이면서 스키나 보드를 타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올해는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를 타는 재미가 덜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이어진 태백산눈축제도 눈이 없어 애를 먹었다. 축제 관계자는 “눈축제에 온 관광객 중에 태백산에 함박눈이 쌓인 설경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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