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무지가 된 고향을 '기적의 숲'으로 일궈낸 다큐 사진의 거장, 세바스티앙 살가두

중앙일보

입력

세바스티앙 살가두와 그의 아내 레일리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세바스티앙 살가두와 그의 아내 레일리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노동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브라질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세바스티앙 살가두(75)는 정작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큰 충격에 빠진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열대 우림의 낙원이었던 고향 미나스 제라이스는 나무도 없고 야생 동물도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해 있었다. 살가두는 “이곳엔 새들과 재규어, 악어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벌채로 인해, 그 땅은 생태학적으로 재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며 "나의 농장뿐 아니라, 모든 지역의 상황이 똑같았다. 침식으로 인해 물이 사라진, 죽어버린 땅이 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연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고향 마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자연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고향 마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황폐했던 2000년과 자연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인 2013년 의 숲.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황폐했던 2000년과 자연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인 2013년 의 숲.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고향이 버려진 땅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내 레일리아와 함께 이 숲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1998년 '인스티튜트 테라'를 설립하고, 215만 평의 땅에 200만 그루의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 지역이 원래의 모습 그대로인 열대우림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9종의 토착종 나무 씨앗을 뿌렸다. 토착종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쫓겨간 야생 동물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더 이상 토양의 침식이 일어나지 않게 됐고, 농장의 수자원이 보충되었다. 사라졌던 8개의 샘이 복원됐다. 숲이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사라졌던 동물들도 서서히 돌아왔다. 현재 열대우림의 모습을 되찾은 이 숲엔 172종의 조류(멸종위기 6종)와 33종의 포유류(멸종위기 2종)가 돌아와 서식하고 있다. 293종의 식물과 15종의 파충류, 15종의 양서류가 돌아왔다. 이러한 살가두의 노력으로 이 지역은 브라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00년과 2006년 그리고 2012년 숲의 변화를 보여주는 항공 사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2000년과 2006년 그리고 2012년 숲의 변화를 보여주는 항공 사진.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살가두는 이 지역 생태계 복원의 성공을 토대로 '환경교육과 복원 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지역의 생태 복원과 조사, 홍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살가두의 '인스티튜트 테라'는 약 700개의 프로젝트를 개발했고, 170개 이상의 자치단체에서 약 6만5000명의 사람이 그와 관련된 일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살가두의 고향뿐 아니라 산토 주와 리우데자네이루, 바히라 주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새로 조성된 숲에 돌아온 동물들.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새로 조성된 숲에 돌아온 동물들.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인스티튜트 테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재규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인스티튜트 테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재규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인스티튜트 테라]

 2014년 대규모 프로젝트 '제네시스:세상의 소금' 사진전의 개막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던 살가두는 “브라질 아마존에는 서구 문명을 접하지 못한 부족이 100개가 넘는다. 세계 많은 사람이 한국처럼 현대화가 됐다. 이렇게 가면 문명이 사라져 버린다. 인류의 미래, 지구와 우리의 관계 그 관계들은 깊은 통찰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아직 과거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는 지구 상에서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니다. 지구가 훼손되는 속도에 대해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쓰는데 그러면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우리가 지구를 돌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제네시스' 사진집을 보고 있는 세바스티앙 살가두. [중앙포토]

'제네시스' 사진집을 보고 있는 세바스티앙 살가두. [중앙포토]

에티오피아 난민들(1984년).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에티오피아 난민들(1984년).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브라질 금광의 노동자들(1986년).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브라질 금광의 노동자들(1986년).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제네시스' 연작(2014).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제네시스' 연작(2014). [사진 세바스티앙 살가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