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에 박수치는 민주당…소득주도성장 효과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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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지난해 국내총생산 통계 중에는 여당이 ‘오랜만에’ 경제 호재로 볼 만한 내용이 있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2.8%를 기록한 것이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이 통계에 더불어민주당은 반색했다. 이해찬 대표는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지며 소비심리가 하락했는데, 실제로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국여성위원회 회의에서도 “최저임금 효과가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29일엔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칭찬 릴레이’를 이었다. 원내대책회의에서 “민간소비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한 건 소득주도 성장과 임금 상승 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틀 연속 민간소비 증가가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라고 추켜세운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분석은 민주당의 시각처럼 ‘일방적’이지는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긍정적인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통계 수치 안에 한계가 내포돼 있어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작년 취업자 증가 규모가 9년 만에 최소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취업자 증가 규모가 9년 만에 최소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①지속 가능한가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에 대해 “높은 수치가 지속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반짝 수치’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재정 지출을 늘려 소득을 높인 결과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재정 지출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통계(2018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이 느는 데 그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재정지출과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었지만,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동력인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민간소비 증가세가 올해 다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4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6%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다. 한국은행은 “완만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소득 증가세 둔화 등으로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날 인파로 붐비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연합뉴스]

사진은 이날 인파로 붐비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연합뉴스]

②소비 심리 나아졌나

민간소비가 느는 것과 실제로 국민이 경제가 나아졌다고 인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의 소비 심리 지표는 여전히 나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5~7월엔 100을 넘었으나 11월 이후 96~9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데에는 2017년 민간소비가 줄어든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소비심리와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 효과 때문에 소득이 늘어 소비 여력도 커졌지만,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소비심리가 위축됐는데도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은 불가피하게 소비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민간소비 증가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표를 동시에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여수 석유화학 단지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사진 대림그룹]

대림산업 여수 석유화학 단지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사진 대림그룹]

③경제가 좋아졌나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51%였는데, 민간소비가 절반 이상에 기여한 것은 2005년 이래 13년 만이다. 우리 경제 체질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민간소비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민간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 정부소비, 수출만 2017년보다 나아졌고, 나머지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 생산물투자 등은 모두 감소했다. 이 중 건설ㆍ설비 투자는 경기 선행지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 기관의 판단은 어떨까. 한국은행은 ‘20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하면서 올해 경제가 더 위축될 것으로 봤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KDI)의 판단도 같다. 소비 증가율 상승 현상이 호재일 수는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이나 경제 체질 개선의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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