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빈소 찾은 文…“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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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7분 김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을 한 문 대통령은 헌화 후 김 할머니 영정 사진을 향해 재배한 후 반배했다.

동행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 참모진은 바깥에 서 있었고, 조문은 문 대통령 단독으로 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 영정사진을 7~8초가량 응시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과 차례로 악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문 대통령은 빈소 옆 응접실에서 윤미향 대표와 또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등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는 “김 할머니가 수술을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로 버티셨다”며 “아흔넷 나이에 암이 퍼졌는데도, 오사카를 다녀오시고, 수요집회도 나가시며 정신력으로 버티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어머님과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며 “조금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평양도 다녀오셨을 텐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길원옥 할머니에게 “오래오래 살아달라”며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여분 간의 면담을 끝낸 문 대통령은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라는 글을 남기고 오후 3시 37분 빈소를 빠져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의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남겼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의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남겼다. [연합뉴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고생 많으셨다. 편히 쉬십시오”라고 애도의 매시지를 남긴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타국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했다.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여생을 다하셨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에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에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4일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할머니를 병문안했던 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김복동 할머니는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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