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7분 김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을 한 문 대통령은 헌화 후 김 할머니 영정 사진을 향해 재배한 후 반배했다.
동행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 참모진은 바깥에 서 있었고, 조문은 문 대통령 단독으로 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 영정사진을 7~8초가량 응시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빈소 옆 응접실에서 윤미향 대표와 또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등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는 “김 할머니가 수술을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로 버티셨다”며 “아흔넷 나이에 암이 퍼졌는데도, 오사카를 다녀오시고, 수요집회도 나가시며 정신력으로 버티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어머님과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며 “조금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평양도 다녀오셨을 텐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길원옥 할머니에게 “오래오래 살아달라”며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여분 간의 면담을 끝낸 문 대통령은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라는 글을 남기고 오후 3시 37분 빈소를 빠져나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고생 많으셨다. 편히 쉬십시오”라고 애도의 매시지를 남긴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타국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했다.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여생을 다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4일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할머니를 병문안했던 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김복동 할머니는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