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붕, 조자양 과오 선전문안 급히 회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계엄령실시 5일째를 맞은 24일 북경시는 기본적으로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잔뜩 긴장했던 시민들의 표정도 한결 나아지고 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행을 재개하고 있으며 장안가에도 사람과 차량통행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3일 오후 천안문과 시내 중심가에서는 계엄령 실시이후 최대규모인 1백만명(신화사 보도)이 시위를 벌였으나 24일 오전 천안문광장의 농성 학생수는 평소의 약 반인 1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명보는 24일 최근 2∼3일 동안 「리펑」(이붕) 등 강경파가「자오쯔양」(조자양)과 그 세력을 제거키위해 조 총서기가 저지른 4대 중대과오 등을 중공 북경시 위원회와 이붕의 선 전 공작조를 통해 22일 북경시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시달했으나 정세가 반전됨에 따라 이를 급히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붕 쪽이 지적한 조총서기의 「4대 중대과오」는 ①조가 심복 ????을 시켜 국가 체제개혁위원회에 반혁명집단을 구성했으며 ②학생시위 처리에 미온적인데다 당 중앙과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고 ③「고르바초프」소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13차 전당대회에서 결정된 비밀사항을 흘려 등소평과 당에 압력을 가했으며 ④조의 아들이 특권을 이용한 부정(관도)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 등이다.
○…23일 오후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친 북경의 궂은 날씨에도 불구, 천안문광장의 시위군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계속했다.
시위대의 주공격 대상은 이붕 수상. 시위대는『이붕 사임하라』『이붕이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천안문광장에 나올 것이다』는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천진-하북 기술대학 학생 「첸시」군(21)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비와 닮은 데가 많다.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해가 뜬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우리를 억압해도 최후의 승리자는 우리』라고 코멘트.
○…23일 오후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자 시위대는 시위를 재개,『이붕은 인민의 적』이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한 시위참가자는 목을 맨 장난감 원숭이를 매단 장대를 들고 있었는데「이붕」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중엔『오늘은 이붕의 초상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양복차림의 한 시위참가자는『이붕은 자살해야 한다』고 주장.
○…북경시 관리는 23일 심야뉴스회견에서 군과 학생간의 유혈충돌을 야기 시킨 책임은 「건달」들에 있으며 시위학생들은 결백하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22일 밤 계엄령을 집행하려는 군인들을 건달들이 공격, 60명의 군인과 11명의 학생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북경의 서남쪽 지구인 풍일 지구의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인「예 샹시」는『10명이 현장에서 체포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학생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중국정부가 지난20일 계엄령 발표와 함께 외국기자들의 취재 및 TV위성송신을 금지했다가 23일 이를 해제. 중국 중앙TV(CCTV)의 지상위성국이 재개되자 미·일·홍콩 등의 외국 TV 기자들이 본국송신을 위해 CCTV에 몰려들었다.
외국 TV기자들의 송신용 비디오 카셋은 영국 런던을 경유, 각국으로 송신되는데 순서가 밀려 5∼10분 정도밖에 시간할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 CBS기자는 CCTV위성 송신국에 각국 기자들이 몰린 모습에『동물원 같다』고 했다.
○…23일 오후 천안문의「마오쩌둥」(모택동)초상화에 페인트를 뿌려 훼손한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잡혀 공안국으로 넘겨졌는데 행동을 한 3명은 모두 모의 고향인(?)호남성 사람으로 직업은 현지신문사 미술편집인·중학교 교사 및 노동자라고 24일 북경 중앙라디오가 보도했다.
모 초상 훼손직후 북경시 당국은 급히 대형 캔버스로 모 초상을 가렸다.
일부 학생들과 외국인들은 이번 모택동 초상화 훼손사건은 시위의 폭력화를 유발하려는 계산된 선동으로 정부당국이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려는데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범인 가운데 2명은 남 중국신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문의 보도증 을 소지하고 있었다는데 중국에서는 요즘 수만개의 가짜 보도증이 나돌고 있는데다 범죄자들이 이를 애용하고 있다는 것.
○…시위에 참가한 북경의 노동자들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모택동의 초상화와 그를 영웅으로 지칭하는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으며 중국동북부 심양의 캠퍼스에서는 연초에 대학생들이 모택동 배지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광장에서 만난 한 화학연구소 직원은『중국인들은 모가 과오를 저질렀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등이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기억을 지우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