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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속영장심사 5시간 반만에 종료…서울구치소서 결과 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구속 여부는 23일 자정을 넘어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심사 종료 후 양 전 대법원장은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법원을 나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나온 최정숙 변호사도 "어떤 부분 소명했나"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이야기를 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만 쉬며 아무런 답변이 없다가 취재진이 몰리자 결국 중간에 멈춰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한 마디 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양승태 영장심사 5시간 반 걸려…임종헌 때와 비슷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심사 시간과 비슷하다. 임 전 차장도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20분쯤까지 약 6시간 구속영장심사를 받았다.

역대 최장 구속영장심사는 ‘국정농단’ 혐의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총 8시간 40분이 소요됐다.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7시간 30분)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시간 30분)도 장시간 구속영장심사가 진행됐다.

영장심사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주요 사건 피의자는 자정이 넘어 구속영장심사 결과가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도 혐의가 40여개에 이르는데다 혐의별로 다툼의 여지가 많은 만큼 법조계에서는 아무리 일러도 이날 밤 늦게나 24일 새벽 구속영장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10층에서 영장 결과를 기다린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은 경호 관련 법률상 여러 제약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일 뿐 양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 외 장소에서 대기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재판거래 직접 관여” vs 양승태 “모르는 일”

사법농단 대응 피해자단체연대모임과 촛불계승연대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사법농단 대응 피해자단체연대모임과 촛불계승연대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관여 등 40여개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인 측 변호인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수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에 직접 관여한 점을 강조해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 “대법원장으로서 죄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안팎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심리한 명 부장판사뿐 아니라 다른 영장전담 부장판사들도 모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법원 사무실에서 대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명 부장판사가 결정을 내리겠지만,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5명의 영장전담 재판부가 ‘합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모두 구속영장청구서를 꼼꼼하게 살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도 영장전담 판사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도 허경호(45·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박 전 대법관도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영장심사를 마쳤으며 서울구치소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구속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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