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대부' 신중현 마지막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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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진=김성룡 기자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제일리의 조용한 전원마을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20일 찾아간 제일리 녹색지붕집. 반쯤 완성된 연습실에서 록의 대부 신중현(68)씨가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바쁘다 바빠, 한 곡씩 순서대로 해보자고…."

귀에 너무나 익은 기타 연주를 들려주던 노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한다.

"잊지못할~"

첫 연습곡은 '비속의 여인'. 그 뒤 '봄비' '커피 한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님은 먼곳에' 등의 히트 넘버부터 2003년 '신중현과 김삿갓' 앨범에 담겼던 '봉우리' '죽 한 그릇'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신중현은 1962년 우리 나라 최초의 록밴드 '애드훠'를 결성하고 펄시스터즈.김추자.박인수를 배출하는 등 한국 대중 음악 뿌리의 한 축을 이뤘던 인물이다.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란 그에게 기타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리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와 함께 울고 웃었다.

기타를 잡은 그의 손은 거칠 대로 거칠어 있었다. 공연 연습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못질을 하던 손이었다. 몇 달째 용인의 거처 겸 작업실을 손수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땀흘리며 작업하던 티셔츠와 청바지, 등산화 차림 그대로 기타를 쥐었다.

"몇 년째 준비하고 있는 DVD 작업도 마무리해야 하고요, 공연 준비도 해야 하고, 공사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

생애 마지막 투어를 앞둔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집안에 어른이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거든요. 젊은 친구들을 위해 물러날 줄도 알아야죠."

하지만 음악을 아예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일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작업실과 녹음실을 지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콘서트는 지금까지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고 노년기의 인생을 차분히 준비하는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단독으로 전국 투어를 하는 건 제 평생 처음이기도 합니다. 영광이죠."

그는 "마지막 투어에서 최선을 다해 새로운 음악 세계와 주법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은퇴 공연 '신중현 라스트 콘서트-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는 다음달 1일 오후 8시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막을 연다(031-435-4900). 이후 지방 두어 곳에서 추가 공연한 뒤 서울 콘서트로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공연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올 초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 117화-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도 전국 투어에 맞춰 책으로 발간된다.

"서울 가락동 지하 작업실 우드스탁에서 20여 년간 생활하다 공기 좋은 용인으로 옮겼더니 건강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전국 투어를 시작하면 컨디션이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제 몸과 마음이 살아나니까요."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오늘(1일) 인천 문학경기장(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신중현 라스트 콘서트'가 기상 변화로 연기된다고 공연기획사 측이 전해 왔습니다. 공연을 준비해 온 KM컬처(031-435-4900) 측은 "야외 공연이라 부득이하게 연기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연 날짜를 잡아 공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6월 30일자 week& 11면 '문화cafe'와 22일자 31면에 실린 콘서트 관련 보도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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