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국감옥에서 축구해야 하나" 강제송환 위기 축구선수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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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체포된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알아라이비 [로이터=연합뉴스]

태국에서 체포된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알아라이비 [로이터=연합뉴스]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6)가 태국 당국에 석방을 거듭 호소했다. 호주에 거주 중인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휴가차 태국에 왔다가 체포돼 바레인으로 강제송환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바레인은 기물파손죄 등으로 알아라이비에게 징역 10년 형을 선고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축구 국가대표 출신 TV 해설자 크레이그 포스터는 지난 22일 태국 방콕 외곽의 교도소를 방문해 구금 중인 알아라이비를 면담했다. 포스터는 교도소 면담 뒤 “알아라이비는 구금된 지 거의 2개월이 다 돼가면서 희망을 잃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는 인권정책을 옹호하는 데 실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터에 따르면 알아라이비는 구금 중인 태국 교도소 내에서 열린 축구 챔피언전에서 뛰고 있다. 포스터는 “알아라이비에게 이겼냐고 물었더니 ‘이겼지만 다쳐서 다시 뛰진 못한다’라며 ‘왜 내가 교도소 안에서 뛰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알아라이비는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할 당시 바레인 왕실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고문 등 탄압을 못 이기고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2017년 난민 인정을 받은 알아라이비는 호주 멜버른의 세미프로 축구팀에서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바레인은 알아라이비가 왕실 비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기물을 파손했다는 이유로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하는 궐석재판을 진행, 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바레인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태국으로 휴가를 왔다가 체포됐다.

앞서 FIFA는 지난 9일 태국 정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알아라이비를 석방해 난민 자격이 인정된 호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알아라이비에 대한 강제 추방을 일단 보류했다.

알아라이비 변호인에 따르면 바레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교 경로를 통해 태국 정부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 신청자나 난민에 대한 처우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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