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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정국 김빠진 국회|문창극<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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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46회 임시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15일로 끝났다.
아슬아슬한 시국 때문에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 국회에 거는 기대가 유달리 큰 것도 사실이다.
각당이 지혜를 모아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이 진통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처방책을 제시함으로써 물리력이 아닌 정치력으로 난국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다행히 국회도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중복질문을 피할 목적으로 대정부 질문자수를 대폭 줄이고 보충질문을 제도화하는 등 종전보다는 개선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사흘 간의 대정부 질문 결과는 역시 기대이하의 수준이었다.
여야, 그리고 정부간의 시국인식이 너무 동떨어져 공동의 처방은 고사하고 대화의 접점조차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야당의원들은 현 난국의 근본원인은 『노대통령의 부정에다 5공 청산과 민주화의지 박약 탓』으로 규정한 반면 여당의원들은 『좌익세력의 준동과 이에 대한 야당의 기회주의적 처신 때문』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환기의 혼란』에다 『국민의 민주의식 향상이 제도변화에 따르지 못한 상황』(강영훈 총리)으로 설명했다.
경제분야질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노대통령의 무기력한 지도력과 철학의 빈곤을 꼬집은 반면 민정당은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폭력세력에 의한 노사분규 때문으로 분석했다.
당사자격인 정부는 아예『성장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경제위기라고 할 단계는 아니다』 (조정부총리)라고 계속 낙관론만 폈다.
질문과 답변과정에서 현안문제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풀어보겠다는 진지한자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화점식 질문에 참모들이 적어준 답변서를 앵무새처럼 읽어대는 답변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질문을 위한 질문에 답변을 위한 답변뿐이었다.
다만 공화당의 질문자들이 신도시건설에 따른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한 점은 비교적 돋보였으나 정부는 「불가피한 고육책」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의사당 밖의 첨예한 정치쟁점들이 국회 안에 들어오면 고식적인 질문과 답변에 숨이 막혀 시들어 버리고 만다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었다.
이제야말로 대정부 질문의 형식이나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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