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2만명 한밤 평화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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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5·18」 9주기를 앞두고 경찰이 광주일원에 비상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13일 오후 전민련이 전남대에서 연 집회는 1만여명이 참가해 오후10시까지 가두시위로 이어졌으나 경찰과의 큰 충돌은 없었다.
80년이후 시국 관련 반정부집회가 최루탄·화염병 공방없이 끝나기는 처음이다.
전민련은 이날 오후3시 전남대에서 「광주항쟁계승·학살원흉처단 및 민중운동탄압분쇄 제1차국민결의대회」를 통해 이군의 사망원인을 「고문살인」으로 단정짓고 「노정권타도투쟁」을 선언한후 오후5시쯤 가두행진을 위해 교문을 나서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시위대는 30분쯤 대치하다 몸싸움 끝에 경찰저지선을 뚫고 산발적으로 학교를 빠져나가 오후6시30분쯤 일부시민까지 합세해 2만여명이 도청앞에 집결했다.
시위대는 행진중 5월가등 노래와 함께 『이철규를 살려내라』 『공안합수부 해체』 『비폭력 질서』등 구호를 외쳤으며 도청앞에서 분수대를 점거하려고 경비경찰과 45분가량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여 원광대생 1명이 경찰방패에 다쳤으나, 쌍방의 자제로 더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오후 7시15분부터 「고이철규열사 고문치사 규탄대회」를 재차 가진 시위대는 오후7시35분쯤부터 이군 빈소가 있는 전남대법원 앞까지 행진해 또한차례 집회를 가진뒤 오후10시쯤 대부분 해산했다. 서울·부산·대구등 타지역에서 온 전대협소속 7천여명의 대학생들도 학교버스·열차편등으로 모두 되돌아갔다.
이날 경찰은 43개중대 5천여명을 시내요소에 배치, 경비했으며 전남대 집회에는 전민련의 배종열·윤정석 공동의장, 장기표사무처장등 간부, 정태윤진보정치연합대표, 윤강옥 5·18민중항쟁동지회장등 재야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13일에 이어 일요일인 14일에도 광주에선 전민련주최 시민걷기대회가 충돌없이 열려 3천여명이 보슬비속에 도청앞에서 광주역∼유동3거리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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