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톱니 패스' 뒤 신기의 슛 No.1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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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크레스포의 힐패스를 받은 캄비아소(左)가 세르비아 골키퍼 예브리치가 꼼짝하지 못하는 골을 터뜨리고 있다. [겔젠키르헨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월드컵 개막 이후 팀별로 두 게임씩 치른 20일 오전(한국시간)까지 32게임에서 75골이 터졌다.

이번 대회에는 개막전에서 독일의 프링스가 터뜨린 35m 중거리 슛처럼 팀가이스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캐넌 슛이 많이 터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75골 중 최고의 골은 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에스테반 캄비아소가 넣은 두 번째 골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에르난 크레스포의 힐 패스에 의한 캄비아소의 논스톱 슛이 멋지긴 했으나 마지막 부분만 보면 이 골이 '대회 최고의 골'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골이 되는 과정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7초간 무려 26번을 끊기지 않고 연결한 끝에 뽑아낸 골이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1-0으로 앞선 전반 31분 수비수 막시 로드리게스의 발끝에서 시작돼 캄비아소가 마무리하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로드리게스는 자기 진영에서 뒤에 있는 가브리엘 에인세에게 백패스를 했고, 공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에게 건네졌다. 그리고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 오른쪽 진영에서 왼쪽 진영으로 이동했다. 로드리게스가 5번의 패스를 했고 마스체라노, 후안 로만 리켈메가 각각 4번을 터치했다. 패스가 이뤄지는 동안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선수들은 마치 넋을 잃은 듯 멍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이윽고 문전 앞에서 캄비아소의 패스를 받은 크레스포가 절묘한 힐패스를 했고 캄비아소가 마무리하자 관중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응원석뿐 아니라 독일 축구팬들도 아르헨티나의 예술적인 플레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경기를 해설한 MBC-TV의 차두리 선수가 "마치 오락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유럽 지역예선에서 단 1실점으로 스페인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막강 수비진이 아르헨티나에 6골이나 내주며 대패한 배경에는 수비진의 넋을 빼놓은 이 두 번째 골이 있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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