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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어물쩍 넘길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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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주장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국회 파견 판사에게 청탁을 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지역구 연락사무소장 아들이 벌금형을 받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내용은 임 전 차장에게 보고된 뒤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전달됐다. 해당 피고인은 유사 범죄 경력이 있는데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 때 이 사안도 포함시켰다. 청탁이 성사됐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었다. 하지만 서 의원은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서 의원을 함께 기소하는 게 법리상 옳다는 의견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도 “단순한 청탁이 아니다. 직권남용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국회 파견 판사의 e메일에는 죄목 변경(강제추행에서 공연음란으로) 등 서 의원의 구체적 청탁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단순히 “잘 봐 달라”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서 의원은 관련 법안 통과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다. 따라서 재판이 거래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닌 야당 의원이었더라도 검찰이 이렇게 처리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각종 기관에 법관을 파견하는 일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정치권 ‘민원 창구’ 역할을 해 온 국회 파견 판사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최근 판사를 국회 전문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 의원 건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이래서 사법개혁이 필요한 것”이라는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였다. 이러니 집권 세력이 외치는 ‘춘풍추상’(남에게는 관대, 나에겐 엄격)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