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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000대를 2만 대라며 수소차 숫자조차 파악 못한 기재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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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최한 ‘1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제 홍 부총리는 “수소차 보급을 지난해 약 2만 대에서 2022년까지 약 8만 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실제 수소차 보급 규모는 1800여 대였다. 기재부는 뒤늦게 오류를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자료를 작성한 기재부 실무진은 물론 홍 부총리까지 기본 현황조차 모른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국내에선 수소차를 둘러싼 괴담이 난무했다.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괴담은 연료인 수소 공급을 위해 수소탱크를 싣고 다녀 폭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부터 시작된다. 물론 완전한 무지의 소산이다. 수소폭탄은 우라늄이 있어야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어 수소로 전기를 일으키는 수소차와는 완전히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수소차를 만들어 봐야 완성차 업체인 재벌 좋은 일만 시킨다”는 괴담이었다. 이 역시 터무니없다. 수소차(FCEV)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EV)와 시스템이 다르다. 그래서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일감이 생기는 기회가 된다. 그런 업체가 300개에 달하니 이런 상생이 어디 있겠나.

수소차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데다 전기 발전 과정에서 공기를 오히려 정화한다. 주요국들이 수소차를 앞세운 수소경제 시대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간 괴담이 넘치면서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가 소극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로드맵은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 대로, 수소충전소도 1200곳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현황조차 파악 못한 기재부는 차질 없는 실행으로 실추된 정부 신뢰를 높여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