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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순혈주의’ 논쟁까지…여당 비주류 본격적으로 반기 드나

중앙일보

입력

새해 벽두부터 여권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그동안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 비문재인계 중진들이 당(黨)ㆍ청(靑)의 입장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송영길 의원의 ‘탈원전 재검토’ 발언(11일)이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15일엔 4선의 박영선 의원이 당내 ‘순혈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무소속 손금주ㆍ이용호 의원의 입당 불허 결정을 두고 당내에선 “친문계의 반대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박 의원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며 “지금부터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을 해야 할 것인지 겸손하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순혈주의는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과 포용에 늘 무릎을 꿇었다”며 “로마가 천년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곧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무소속 의원 둘의 입당 불허로 범여권 정계 개편이 당장은 어려워졌다는 기사도 첨부됐다.

전날(13일)엔 3선의 우상호 의원이 비슷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 때문인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우 의원은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정의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4월에 재선거가 열리는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창원성산)를 정의당에 양보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지역구를 정의당에게 양보하기 어렵다고 한 이해찬 대표의 발언(13일 신년기자회견)을 반박한 것이다.

송영길·박영선·우상호 의원은 나름의 당내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비주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집권 이후에 독주하던 친문계에 대한 비주류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가 지난해 4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열려 우상호,박영선,박원순 후보(좌로부터)가 토론을 하고 전 악수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가 지난해 4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열려 우상호,박영선,박원순 후보(좌로부터)가 토론을 하고 전 악수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정치권에선 특히 이들의 발언이 나온 시기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로 진입한 시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정책이 수립되면 ‘원팀’이 돼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지 하루 뒤 “원전 건설 재추진”(송영길) 발언이 나왔다. 무소속 의원 둘의 입당문제 역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인위적 이합집산은 없다”(13일 기자회견)고 못박자 곧바로 전직 원내대표 두 명(박영선·우상호)이 나서 순혈주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역대 정부에서도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여권 내부에서 ‘주류 VS 비주류’의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7 우이령길 범시민 건강 걷기대회’ 모습. 앞줄 왼쪽부터 정성호 국회의원(민주당ㆍ양주시), 이성호 양주시장. [사진 양주시]

‘2017 우이령길 범시민 건강 걷기대회’ 모습. 앞줄 왼쪽부터 정성호 국회의원(민주당ㆍ양주시), 이성호 양주시장. [사진 양주시]

비문계로 분류되는 3선의 정성호(국회 기재위원장) 의원도 당 지도부가 협상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 정수를 360명까지 늘리자는 주장이 거세지만 지금 국회 현실을 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의원 250명 정도로도 충분하고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여권내 마찰음에 당 주류인 친문계도 신경이 곤두 선 상태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인사는 “당과 청와대가 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건건이 흔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기 장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내년 총선 등)에 맞춰 계획적으로 비주류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불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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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주류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어서 ‘친문 VS 비문’의 갈등은 앞으로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차 징크스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당내 우려가 많다”며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당ㆍ청에서 추진한 정책과 인사에 대한 당내 비판과 책임론이 거세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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