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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폭탄' 떨어진 민주당…친문vs비문 폭발 일촉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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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팬 “이재명 탈당을” 이재명 “경찰 B급정치” 

지난 6월 1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경찰은 17일 ‘혜경궁 김씨(@08__hkkim)’ 계정의 소유주가 김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1]

지난 6월 1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경찰은 17일 ‘혜경궁 김씨(@08__hkkim)’ 계정의 소유주가 김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1]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일명 혜경궁 김씨) 소유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에 여권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 “혜경궁은 이재명 부인” 결론 #이 지사 두문불출 … 민주당 내분 양상 #친문 “이재명, 정치적 책임져라” #비문 “경찰이 너무한다고 생각” #야당 “사실 땐 이 지사 사퇴” 공세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이 문제에 대해 공식 논평 없이 홍익표 수석대변인을 통해 “상황을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만 내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지사와 경찰의 입장이 180도 다른 상황이라 더 조심스럽다. 어느 쪽 편을 들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때 이 지사 탈당을 요구한 김진표 의원도 “아직 검찰 조사나 법원 판결이 남아 있으니 지금은 기다려봐야 한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민주당이 조심스러운 건 일차적으로 이 지사가 경찰 발표에 대해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17일 페이스북)이라며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유력 차기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지난 3월 ‘미투 파문’으로 지사직을 사퇴했지만 최근 1심 판결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주말 내내 두문불출했다. 다만 트위터에 ‘김씨 변호인’과 ‘경찰’의 주장 중 누구의 말에 더 공감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올려 여론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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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안 전 지사 사건 때와는 또 다른 성격의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애초에 이번 사건이 ‘친문 vs 비문’의 계파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친문 진영과 이 지사의 지지 모임인 ‘손가락 혁명군’ 사이의 갈등은 일단 대선 뒤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지난 6월 경기지사 경선 때 이 지사와 친문의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맞붙으면서 이 갈등이 다시 촉발됐다. 당시 ‘혜경궁 김씨’는 트윗 계정에서 전 의원을 비난했고, 전 의원 측이 “혜경궁 김씨 계정의 주인을 찾아 달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경찰 발표가 사실로 드러나면 여당 소속 현직 광역단체장의 부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공개 비난한 셈이다. 민주당 내에선 이 지사에게 출당 등의 중징계를 내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게 분명하다. 당장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날 “경찰 수사가 사실이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도 난감해졌다. 지난 전당대회 때 이 대표가 이 지사를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엔 이 대표와 가까운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당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이다. 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층과 이 지사 지지층은 이미 갈등의 골이 깊게 패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문팬’은 17일 이 지사를 겨냥해 “진정한 사과와 함께 정치적·도의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로 스스로 탈당하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하지만 당내 비문 의원들 사이에는 “경찰이 너무한다. 이런 소모적 논쟁이 문재인 정부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혜경궁 김씨가 사실이라면 이 지사는 즉각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거짓 후보를 공천한 집권 민주당도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 지사 건에 대해 손 놓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공당으로서 기본이 없는 ‘도덕불감 식물정당’이 아닐 수 없다”고 논평했다.

하준호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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