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 마스크만으론 해결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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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까지 나흘째 전국이 잿빛 미세먼지 구름에 뒤덮였다. 지난 주말부터 대기가 정체된 데다 14일에는 중국 미세먼지까지 밀려들면서 재앙 수준이 됐다. 14일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129㎍(마이크로그램)으로 2015년 공식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15일 오전까지도 ‘매우 나쁨’ 기준(76㎍/㎥ 이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일부 개선됐다지만 체감오염 심해져 #발등의 불 … 중국만 쳐다볼 여유없어 #지역맞춤형 등 전방위 대책 추진해야

세계 도시별 오염도를 보여주는 에어 비주얼(AirVisual) 사이트에는 15일 오후 1시 서울이 최악 도시 10위에 올랐다. 1~9위는 아프가니스탄 카불과 몽골 울란바토르, 방글라데시 다카, 중국 충칭(重慶) 등이었다. 낡은 자동차로 인해 매연이 심하고, 질 나쁜 땔감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데도 대기오염이 최악인 나라는 중동 산유국과 한국 뿐이다.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 수 없다면 삶의 질은 떨어진다. 소득이 높아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미세먼지는 ‘발등의 불’이다. 겨울철 중국발 오염물질이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중국이 오염을 줄여줄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당장 우리부터 줄일 수 있는 오염 배출은 줄여야 한다. 정부도 미세먼지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초미세먼지 측정과 예보를 시작했고, 2016년과 2017년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는 23~26㎍/㎥에서 맴돌고 있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은 오히려 늘었다. 시민 체감오염도는 악화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법’이 없어 개선하지 못했다고 변명해왔다. 비상저감 조치를 수도권에만 시행한 것도, 고농도 미세먼지에도 민간 차량에는 2부제를 강제할 수 없는 것도 법이 없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달 15일 특별법이 시행된다. 더는 변명의 여지도 없다.

아직 한 달 남았지만, 법 시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별 맞춤형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단지역에서는 공장 오염방지시설을 개선하고, 경유 자동차의 배출이 많은 곳에서는 매연 단속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공사장 날림먼지나 농촌의 불법소각도 차단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줄여야 한다. 발전 연료를 선택할 때 가격이 아니라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체계도 조정해야 한다. 경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휘발유 수준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검토해 시민들이 경유차 대신 저공해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도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변화 방지, 경제성장을 같은 수준에 놓고 재고해야 할 시대다. 찬바람이 불면서 미세먼지는 걷혀 가고 있다지만, ‘삼한사미’가 반복되는 만큼 전방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때다.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작은 대책이라도 챙기고 또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