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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체육계 미투…대한체육회 ‘침묵의 카르텔’ 깨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심석희 선수에 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가 고교 시절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체육계 미투 폭로가 확산되고 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크다. 오히려 문체부와 체육회가 지금껏 사태를 키운 공범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내부 결탁을 통해 비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게 바로 체육회”라며 “대한체육회는 징계의 주최가 아니라 징계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는 2009년 ‘체육계 폭력 성폭력 조사센터’를 설치했으나 그간 실제 피해조사는 4건에 그쳤다. 직접 조사 대신 종목별 단체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처벌 수위도 낮았다. 2014~2018년 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로 접수된 폭력·성폭력 사건 중 영구제명 등 중징계는 9.7%에 그쳤다. 성폭력 사건만 한정해도 영구제명은 27건 중 9건이었다.

지난 2013년 제주 대회 중 여성 탈의실에 도촬 카메라를 설치했던 수구 선수들의 경우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받았으나 3개월 만에 선수 자격을 회복했다. 또 2015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 빙상 실업팀 감독도 영구제명됐다가 이듬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됐다. 당시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에서는 “내 동생이, 내 오빠가 그 지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달라”는 등 일방적인 가해자 비호 발언이 잇따랐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가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의 이유임은 자명하다. 대한체육회는 각종 입시비리, 승부조작, 파벌싸움 등 체육계 비리 의혹에도 연루되어 왔다.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대통령까지 주문하고 나선 엄정 처벌, 체육계 쇄신은 불가능하다. 그간 체육회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문체부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