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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임신시킨 빙상 코치, 여전히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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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5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방관한 대한체육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5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방관한 대한체육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연일 ‘체육계 성폭력’ 폭로가 나오는 가운데 선수를 임신하게 한 빙상팀 코치가 여전히 태릉빙상장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체육계 폭력, 성폭력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는 15일 “성 추문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빙상 지도자들이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4년 당시 대학 빙상팀 코치였던 A씨는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대한체육계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태릉선수촌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여전히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여자 선수를 오피스텔로 불러내 성추행해 퇴출당한 국가대표 코치 B씨도 목동빙상장에서 여전히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14일 “B씨가 목동빙상장에서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또 A씨와 B씨 외에도 폭행,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이 여전히 전국 빙상장에서 코치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여 대표는 “성추문 전력이 있는 코치들의 (지도자) 활동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여러 곳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일 체육계 폭행,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성폭력 관련 징계자의 체육 관련 단체 종사를 막겠다고 강조했지만 위의 경우처럼 정부 소유가 아닌 곳에서 개인 코치로 일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관해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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