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함유 화장품」홍수…효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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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장품에 넣은 순금이 피부노화를 방지해준다』는 선전과 함께 고가의 「순금화장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와 호기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24K순금을 함유시켰다는 화장품으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한국화장품의 「쥬단학골드리치」, 오스카화장품의 「골드좀」, 동국교역의 「랑스골드화장품」, 일본 라크화장품의 「골드」제품들이다.
이들 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순금화장품들은 영양크림·밀크로션에서 헤어토닉·비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이다.
메이커들은 화장품속의 순금이 ▲몸 속의 불균형한 이온(+, -를 띠고 있는 원자)과 결합해 피부전류의 흐름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켜 혈액순환·피부 생리기능·세포 재생기능을 향상시키며 ▲피부해독작용이 우수해 상처치유·피부보호효과가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피부내의 축적된 노폐물을 외부로 끄집어 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피하조직의 말단까지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피부노화를 방지한다는 것 등이다.
한국화장품의 경우 각 제품의 순금함유량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황금1g으로 3m의 금사를 뽑아내 이것을 다시 9천분의 1㎜로 분쇄해 토코페롤·스쿠알린 등 기타의 화장품 성분과 섞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중앙대 김종갑 교수(약학)는 『우선 금이 체내에 흡수돼 이온작용을 하려면 물에 녹아야 하는데 금은 왕수 같은 강산에서만 녹아 이온작용으로 세포재생기능을 향상시킨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금이 전기를 띠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전기성은 금뿐만 아니라 모든 금속이 갖고 있다는 것.
또 금을 포함한 모든 중금속에 미세한 살균작용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순금화장품이 인체의 땀구멍을 통해 피부 내에 스며들어 해독작용을 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로마 벨 피부과 의원 신창식 원장(서울압구정동·화장품피부학)도 순금 성분이 세포를 통해 흡수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우며 만약 1백%흡수했다 가정하면 오히려 피부발진·신장장애 및 위장장애·알레르기반응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또 순금화장품 제조업체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면 이는 이미 화장품이 아닌 약품으로 법적 규제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순금화장품이 이미 3∼4년전 미국·일본에서 논란이 됐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순금화장품이 광채효과가 있어 화장품을 바른 자리가 잠시 윤기 있게 보일 수는 있다』면서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여성들을 겨냥한 고가정책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라크화장품의 나이트크림(34g)은 11만원이나 되며 한국화장품의 쥬단학 골드리치크림(33g)은 5만원으로 이미 가뜩이나 비싼 것으로 알려진 일반제품의 5∼10배 이상을 받고 있는 셈.
라크의 스킨로션은 1백30㎖에 5만5천원이며 세안용 비누는 1만9천5백원정도로 매우 비싸다.
이에 대해 주부 박순영씨(36·서울 신반포주공아파트 2단지)는 『허영심 많은 여성들을 겨냥한 이런 화장품들 때문에 공연히 일반화장품값까지 슬금슬금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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