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반성 안 보여” 바른미래 “셀프 용비어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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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셋째)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왼쪽 넷째)을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신년 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셋째)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왼쪽 넷째)을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신년 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에 대해 보수 야권은 ‘셀프 용비어천가’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의당 “소득성장 흔들리면 안 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지금 대한민국의 비상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한 반성과 대안을 기대했는데 결국은 스스로 칭찬하시는 공적 조서만 내났다”고 비판했다. “‘마이웨이’ 신년사다. 불통도 너무 불통”이라고도 했다.

‘김태우·신재민 폭로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도 야당의 반발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민간 사찰 폭로에 대해선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내부고발에 대해서도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판단한 것”이라고 잘랐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특검 발의를 하겠다. 바른미래당이 속도를 늦춘다면 독자적으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해 시시비비를 가려 의혹을 다 밝혀내겠다. 그동안 각종 사찰을 한 것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보수야당 대변인들도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내놨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자기위안과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오로지 대통령만의, 대통령만을 위한’ 신년 기자회견 발상이 참으로 기발하다”며 “대통령은 역시나 ‘몽상’속에 빠져 있고, 국민들은 ‘한숨’속에 빠져 있음만 확인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반성문을 원하는데 대통령은 셀프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며 “지금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청와대 권력의 적폐다. 낙하산, 인사 파행, 채용비리 의혹 등 불공정에 대한 자기반성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대통령,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아집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오늘 사람 중심 경제를 천명한 것은 일견 다행이지만 경제의 초점을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 소득주도 성장이라 말했듯이 이번 해에는 소득주도 성장이 흔들림 없이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사람 중심 경제, 혁신적 포용국가를 가치로 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잘 드러난 신년의 다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회견이었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적 성과가 재벌 대기업과 소수 고소득층에 집중돼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라는 경제 진단에도 뜻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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