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1천여대 '주문 복제' 가입자 위치 몰래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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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휴대전화 도청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법으로 휴대전화를 복제해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유흥업소와 흥신소 등에서 달아난 종업원이나 채무자의 은신처 등을 알아내기 위해 복제된 휴대전화로 위치를 추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25일 불법으로 휴대전화를 복제해 소유자의 위치정보를 흥신소 직원 등에게 알려준 혐의(전파관리법 위반)로 휴대전화 판매업자와 통신회사 대리점 직원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달아난 金모(40)씨 등 흥신소 직원 16명을 수배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흥신소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복제와 가입자 위치추적을 의뢰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장모(45.여.강원도 원주시)씨를 구속하고, 신모(45.직업소개소 운영)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판매업자인 全모(41.여.대전시 H통신 대표)씨는 유흥업소 및 직업소개소 업주 등의 부탁을 받고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복사해 준 혐의다.

이를 위해 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모 통신회사 대리점 직원 崔모(29.대전시)씨를 통해 해당 인물의 휴대전화 고유번호(ESN.헥사코드)를 알아낸 뒤 휴대전화를 복제, 통신회사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해 가입자의 위치를 파악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 결과 全씨는 통신회사들이 휴대전화 고유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영업소장이나 애프터서비스 센터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나 영업편의상 직원들에게도 허용하고 있는 관행을 악용, 휴대전화를 복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1천개가 넘는 휴대전화를 불법 복제한 뒤 소유자의 위치정보까지 알아내 의뢰인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全씨는 위치정보 확인을 해주고 건당 30만~50만원씩 받아 지금까지 3억~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통신회사 직원 崔씨는 全씨로부터 건당 2만~6만원씩 받고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고유번호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휴대전화 판매업자인 정모(28)씨는 자신의 개인 컴퓨터에 휴대전화 고유번호를 알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한 뒤 대량으로 휴대전화를 복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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