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근거리 배정」원칙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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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교위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연구팀이 마련한 이번 서울시고교(후기 주간) 학군조정방안의 기본 골격은 현재의 고교평준화정책은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교육특구」로까지 일컬어졌던 8학군을 없애고 지금까지 국가가 행사하던 학교선택권(근거리배정원칙·무작위추첨)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되돌려준다는 점이다.
또 이번 학군조정방안은 학생 배정방법은 연합고사-합격자복수지원-무작위추첨방식을 채택하는 것 등이 특징이다.
이는 문교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선복수지원-연합고사-후 무작위추첨방식과는 달리 서울시고교의 수용능력만큼 선발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학교선택권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핵심은 「강남가야 대학가는 데 유리하다」는 8학군병을 치유하기 위해 근거리배정, 즉 통학거리 최소화원칙을 깨뜨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1안인 서울시전역 단일학군방안은 고입연합고사합격자 누구나 희망에 따라 8학군지원을 가능케 했고 제2안인 4개 광역학군제는 8학군을 3학군(중구·성동구) 4학군(용산) 9학군(동작·관악·강남일부) 속에 포함시켰다.
제3안인 1개 공동학교군·4∼5개 광역학군 병행제는 지원율이 높은 학교들로 구성되는 공동학교군을 설치, 지원케 함으로써 명문고교가 몰려있는 지원율 높은 8학군에 누구나 지원을 허용했다.
따라서 3개안모두 8학군문제는 일단 해결될 것으로 보이나 무작위추첨으로 특정학교에 학생들이 몰리게 돼 신홍명문고를 재창출한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그 결과 고입재수생이 누적되고 특정고교에 미달현상이 발생해 일부 고교는 재정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특히 학교운영을 학생납입금에 의존하는 사립고교의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되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학군조정에 사학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교는 이러한 미달현상을 일소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어진 학교선택권을 유인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해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학교특성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학군제는 명문고 주변, 특히 8학군으로의 인구집중·위장전입 등의 현상은 없어지게 되나 학교선택때 대다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학교까지의 통학거리와 통학편의를 충분히 고려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통학거리·통학수단·종교·교풍·남녀공학 여부·제2외국어 등을 고려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명실상부한 고교평준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현재 8학군주민의 반발은 거셀 것이고 학생들이 학교지원때 통학거리와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때 교통난 가중이 우려된다.
4개 광역학군은 명문고의 인근이나 8학군지역으로의 학생집중 현상이 감소하고 서울시 단일학군제보다 8학군주민들의 반발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학군문제의 완화책은 될 수 있으나 8학군이 타학군에 포함, 상존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1개 공동학교군·광역학군 병행제는 학군경계로 인해 지명도가 높은 학교에 갈 수 없다는 현재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8학군 집중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동학교군에 속하는 학교가 일류고로 인식되어 공동학교군의 설정이 일류·2류고의 구분을 낳을 가능성이 있고 공동학교군에 속하는 학교가 많은 학군의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시교위와 KEDI연구팀은 이 같은 8학군을 없애는 3개 방안을 제시하면서 8학군문제는 학교시설과 교원의 우월성보다 8학군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있으며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은 중류층 학부모들이 집중돼있다는 점을 각종 조사결과를 통해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고입연합고사 성적이 동일할 때 강남에 있는 학교의 대학합격률과 여타 학군의 대학합격률을 비교, 다른 학군의 대학합격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해 학군조정에 따른 8학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설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도성진·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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