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은 향상…관객 동원엔 실패 |제1회「동숭 연극제」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열린 무대」를 내걸고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낭) 가 지난 3월10일부터 막을 올린 제1회 동숭연극제가 27일로 모두 끝났다. 참가작품이나 극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심사·시상제도도 없는 비경연제의 이 순수 민간 연극제는 어떤 성과와 아쉬움을 남겼을까.
극단 민중·현대예술극장·목화·연희단 거리패·연우무대와 프랑스 아미엘 극단등 6개 국내외 연극단체들이 참가한 이번 연극제에서 수준 높은 창작극 3편이 선보인 점을 희곡작가 박조열씨는 가장 큰 결실로 꼽는다. 극단 목화의『비닐하우스』(오태석 작·연출)와 연희단 거리패의 『시민K』(이윤택 작·연출), 그리고 연우무대의 『늙은 도둑 이야기』(이상우 작·연출)등 3편이 모두 주목할만한 창작극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소시민적인 기자가 언론 통폐합을 즈음해서 각성하는 과정을 그린 부산 연희단 거리패의 상황극 『시민K』는 기대 밖의 큰 성과로 지방에도 역량있는 연극집단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한다.
연출가 윤호진씨도 『모두가 한국 초연인, 작품의 질적 수준은 전반적으로 매우 높았으면서도 「참혹하리만큼」 관객동원에 실패한 것이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한다.
종래의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내놓고 작품 자체에도 과감히 제작비를 투입해 다른 극장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으로 동숭아트센터 개관 첫머리부터 관객들의 발길을 모으는방안을 적극 모색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프랑스 아미엘극단 초청공연 (2회)에서 5백석 규모의 대극장이 거의 꽉찬 것을 빼고는 국내 참가단체 공연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약30% 수준.
그나마 유료관객 객석 점유율은 10%정도로 한국 연극계의 심각한 「관객 가뭄」현상이 이번 연극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연극제의 마지막 참가작품『늙은 도둑 이야기』에 출연했던 배우 문성근씨는 『국내 최초로 마침내 민간 차원의 대규모 연극제가 열린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대극장 무대의 폭에 비해 깊이가 얼마 안되고 객석수도 너무 적은 것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음향시설이 빼어나고 천장이 높으며 전체적으로 호화로운 극장인데 이처럼 호사스런 연극 공연장에 익숙지 않은 일반 관객들이 부담없이 모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었다.
『어쨌든 이만한 전용 공연장이 제대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오랜 투자가 필요하므로 관계자들 모두가 용기를 잃지 말고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동숭 아트센터는 그 소유주가 개인이라고는 하지만 그 성격상 공공성이 크다는 것이 연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윤호진씨는 『앞으로 문예진흥원 등 관계기관이 구체적 지원방안을 모색해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스케일이 큰 대작, 소극장에서는 매우 실험적인 작품들을 장기 공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면 한국연극이 새로운 장을 맞는데 동숭연극제가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박조열씨는 소극장과 대극장에서 공연할 작품들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점을 이번 연극제의 아쉬움으로 꼽았다.
예컨대 『늙은 도둑 이야기』는 차라리 소극장,『꼽추왕국』은 대극장에서 각각 공연하는 것이 그 작품에 훨씬 걸맞았으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광림씨를 한국에서는 낯선「예술감독」으로 기용해 처음 마련한 이번 연극제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것이 연극계의 중론이다.

<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