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동산 투기 「공개념」도입이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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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명찬교수=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 값이 평당 1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얘기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부동산투기가 만연하게 된 것은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지 못한 정책부재에 책임이 있고 단기적으로는 외화유입 등으로 통화량이 늘다보니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다보니 실물자산을 선호하게 된데 원인이 있습니다.
또한 핵가족화 추세로 주택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을 했습니다. 최근 폭등하고 있는 아파트·토지에 대한 투기원인과 대책을 논의해 봅시다.
▲심현영사장=근본원인은 공급물량이 부족한 데 있어요.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크다보니 이농이 크게 늘었고 더구나 최근 소득증가로 내 집을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주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현재 용적률은 2백20∼2백30%수준인데 이 정도로는 좁은 땅에 많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규황국장=두 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최근의 아파트 값 상승은 살인적입니다. 아파트와 토지문제는 근본해결이 없으면 체제에까지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시각입니다.
최근 우리가 겪고있는 노사분규의 원인 중에는 치솟는 아파트 값도 포함돼 있어요. 근로자들의 주장은 지금 받는 월급으로 부족한대로 그럭저럭 먹고살 수는 있으나 집 값이 너무 올라 10년, 20년씩 일해도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임금인상요구가 합리적인 선에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황교수=부동산투기를 한다고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가진 자가 덜 가진 사람들이 사야할 집까지 매점해 버리는 행위는 나쁘지만 경제란 돈이 흐르는 대로 가는 것이 순리 아닙니까.
74년의 땅값을 1백으로 볼 때 87년에는 8백34까지 올랐고 서울은 1천5백수준까지 뛰었습니다. 반면 물가는 같은 기간에 3.6배, 은행금리는 5.1배의 이익밖에 안돼 부동산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부동산에 투자해도 큰 이익을 낼 수 없도록 근본적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토지공개념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상위 5%계층이 62.5%의 토지를 갖고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이 토지를 많이 갖고있어 없는 사람은 허탈감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발이익환수제와 같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국장=토지공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 같습니다.
토지공개념이란 자본주의적 질서를 더 유지하기 위해 소유권을 어느 정도 제한함으로써 토지소유에 의한 불로소득을 막자는 것인데 이를 사회주의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토지사유권은 봉건시대에 있었던 절대적인 소유권은 아닙니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오히려 재산권을 보호하고 토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중산층의 형성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부동산투기로 돈을 벌었다고 중산층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체계와 도덕률을 갖추고 부를 쌓아야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이 되는 것입니다.
토지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아야 계층간의 갈등도 줄이고 토지소유 편중현상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택지소유상한·개발이익환수제·종합토지세제 등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때 기득권계층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기득권 계층도 자신이 가진 것의 20∼30%는 떼 준다고 생각해야 큰 혼란을 막고 현재의 민주질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심사장=분양가 현실화문제를 얘기해 볼까요. 정부 내에서도 이 문제로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최근 아파트투기의 근본원인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물량공급부족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2백만호 건설계획을 갖고있지만 이 목표가 달성돼도 주택보급률은 72.5%에 불과합니다.
주택을 안 짓는다고 수도권에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발상은 분명히 잘못됐어요.
현재 민영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1백34만원입니다. 반면 강남의 택지는 평당 최소한 3백만원 이상이고 건축비도 1백만원은 듭니다. 건설업체가 어떻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까.
아파트분양가는 현실화 되어야할 뿐 아니라 자율화되어야 합니다.
그린벨트도 무조건 해제는 곤란하지만 재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국장=분양가 현실화는 정부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현재의 평당 1백34만원의 분양가는 82년 이후 시행해왔는데 이는 택지비를 87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산정된 가격입니다.
정부도 분양가를 조정해야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분양가를 올리면 아파트 값을 부추기게 되므로 대규모택지를 공급해서 부동산가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값을 현실화할 생각입니다.
▲황교수=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천으로 보여줘야죠.
아까 토지공개념 중 택지상한제 얘기를 했지만 저는 강제규제방식보다는 과세방법을 잘 이용하면 된다고 봅니다.
내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종합토지세제도 어쩐 일인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종합토지세제는 조속히 시행돼야 하고 개발이익환수·개발부담금제가 법제화돼야 합니다.
또한 양도소득세제를 잘 운용해서 양도차익을 환수하는 한편 기업의 비업무용토지에 대한 규제도 보다 엄격히 해야 기업의 투자를 건전한 생산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심사장=저는 양도소득세제는 철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양도소득세의 세율이 낮은 것은 둘째치고 오히려 이것이 부동산가격을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실례를 들어봅시다. 건설업체의 사장을 맡고있으니까 아파트 지을 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주에게 땅을 사려 하니까 그 지주가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세금을 물어줘야 팔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양도소득세가 부동산값을 올려놓는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황교수=정부의 「베드타운」건설계획이 여론의 세찬 비판을 받고있습니다. 신도시 건설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10년간격으로 부동산 투기 붐이 일고 있는데 이를 미리미리 대처해야 큰 혼란이 없어요. 서울의 인구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대구·광주 등 지방도시를 균형있게 개발해야 합니다. 지방자치제는 이런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심사장=정부의 개발발표도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서해안 개발, 서해안 개발하니까 논바닥 1평도 70만원 달라고 합니다. 건설업체도 어느 정도 이윤이 있어야 집을 짓는데 지을 땅이 부족합니다.
기껏 토지를 확보해놓으면 토개공이나 주공에서 수용해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이국장=지난번 지가공시법은 국회에서 핵심이 빠졌으나 여론의 도움으로 겨우 통과됐어요. 토지공개념문제도 지금 토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각오로 입법화할 생각입니다. 최근의 부동산투기에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8·10조치이후 토지가격은 비교적 안정되고 있고 공개념 문제만 국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는 최근과 같은 아파트파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기대합니다.<정리=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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