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소비자 외국상품 직윤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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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의 약삭빠른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구조때문에 수입상품의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사실에 착안, 향수와 같은 자질구래한 물건에서부터 생활일용품에 이르기까지 상품을 외국에서 직접 주문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인 감각에 눈 뜬 이들 일본소비자들은 엔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외제수입상품의 값이 더무니없이 비싼 것은 유통구조의 불합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4백30명의 가정주부들로 구성된 소비자운동단체 주부련에서 일하는 「시미즈·하토코」여사는 『정부가 상품의 일반 소비자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한 우리 주부들은 엔화강세를 최대한으로 이용해 외국으로부터 상품을 직접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의 이같은 구매태도 변화추세는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대부분 우편을 이용하고 있으나 백화점을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세이부 (서무) 백화점의 「개인수입코너」에서 고객들의 해외상품주문을 돕고 있다는 「고야마·데쓰」과장은 『선적비용 등 기타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주문하면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은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부백화점 외에 다이에이, 마쓰자카야 (송판옥) 등의 대형백화점들이 특별코너를 설치,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상품을 직접 주문하는 것을 돕고 있다.
또 비영리기관인 외국상품수입촉진위원회에는 매일 30여명의 소비자가 찾아와 비치돼 있는 2천여장의 캐털로그를 참고해 가며 외국에 상품을 직접 주문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일본의 일반소비자들이 이같은 주문방법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엔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86년 후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접주문의 예를 보면 영국의 유명한 웨지우드 도자기 15점 한세트를 직접 주문하면 6만엔 (4백60달러) 에 구입할 수 있으나 수입품점에서 구입할 경우 가격은 2배가 넘는 14만엔 (1천68달러) 으로 껑충 뛴다.
통산성이 작년 1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수입한 향수·손목시계·핸드백·골프채 등 소위 사치성 고급상품의 일본국내 거래가격은 원산지 가격의 3배 내지 6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구매태도변화는 엔화의 강세에 따라 많은 일본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외국상품과 그 가격을 직접 확인하고 국내거래가격을 더 이상 비판없이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는 사실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들 여행자들 중 한국·대만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NICS) 을 찾은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등 일부제품은 일본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오히려 수입하는 것이 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소비자들이 NICS의 상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체인스토어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새로운 풍조가 생겼다고 오사카 (대판) 에서 NICS 상품전문점을 열고 있는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일본전기제품 생산업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 88년 한햇동안 아시아의 NICS로부터 수입한 전자·전기제품은 모두 2백52억3천만엔어치로 87년의 1백52억6친만엔어치에비해 훨씬 증가했다.
가정전기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체인스토어를 경영하는 「미야지·도시오」씨는 『일본 전기제품 생산자들과 상점들이 적정 가격 이상으로 제품을 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해 왔다』고 주장하고 『나는 정당한 상거래 절차를 따라 다른 가계보다 상품의 가격을 25% 내지 50%까지 싸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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