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분쟁 어떤것들이 있나|중도금 지불하고 나면 일방적으로 해약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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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강남지역 아파트를 중심해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부동산거래를 둘러싼 말썽이 적지 않다.
기껏 팔기로 계약해 놓고 갑작스레 해약을 요구한다든지 과도하게 전세금을 올려 부르는 등 평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
물론 이런 경우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건 집을 사려던 사람이나 전세입주자들.
실제 어떤 억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대책은 없는지 부동산관련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YMCA 시민중계실 창구를 통해 실태를 알아본다.
◇해약다툼=주부 박정숙씨(35·서울 화곡본동)는 1월말에 집을 팔고 나서 강남의 4O평짜리 아파트를 1억7천5백만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 1천5백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난 2월16일 중도금지급일을 앞두고 집주인은 계약금을 배로 물어주겠다며 해약을 요구해왔다. 그사이 집값이 워낙 올라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었다.
집을 곧 비워주어야 할 형편인데다 1천5백만원을 보탠 정도로 다시 4O평 아파트를 사기는 어림도 없는 일이어서 박씨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회사원 이철주씨 (36·서울상계주공4단지)도 최근 아파트를 사려다 낭패를 본 경우다. 간신히 돈을 채워 부근의 35평형아파트 (매입가 7천만원) 로 옮기기로 하고 계약금 7백만원과 중도금 4백만원을 치렀는데 입주무렵에 집주인측이 계약금 1천4백만원을 배상하겠다며 해약을 요구해 온 것.
박씨와 이씨는 집주인측 요구대로 해약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 계약금만 냈는지,중도금까지 치렀는지에 따라 대책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예컨대 앞서 주부 박씨의 경우처럼 계약한 단계라면 매도인 요구대로 해약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으며 중도금까지 지불한 이씨의 경우라면 법적 절차를 밟아 소유권 이전을 주장할 대항력이 있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판례상 중도금이 지불된 경우에는 계약이행이 거의 완료된 단계로 매도인이 새삼 해약권을 내세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씨의 경우 직접, 또는 불응시에는 내용증명을 통해 집주인측에 잔금수렴을 촉구하고 계속 수렴을 거부할 때는 법원에 잔금을 공탁한 후 소유권이전 절차이행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소송의 경우 변호사비용 등이 적잖이 들게 마련이지만 사안이 비교적 단순한 만큼 사법서사의 도움을 받아 본인이 직접 소를 제기하면 2O만∼30만원선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과다한 전세금인상요구=집값 상승에 덩달아 최근 한술 더 떠 오르고 있는 게 전세값.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경신시의 임대료 인상폭을 5%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나 계약경신기간이 1년으로 돼 있어 현실적으로 아무런 규제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전세입자는 집주인의 인상폭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나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임대인측이 무단해지를 못 하도록 자기사용용도 등 임대인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을 보완하지 않는 한 전세입자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운전기사 문은식씨(49)는 지금 사는 강동구 성내2동의 셋방을 지난해 5월 1천2백만원에 전세들었는데 계약경신을 앞두고 최근 집주인이 6백만원을 더 내든지 아니면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해 와 결국 1년만에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입장이다.
페인트도매상을 하는 이정선씨 (34·서울 역촌동) 는 종로의 한 빌딩에 가게를 얻어 14년째 운영해왔는데 최근 새로 바뀐 주인이 계약경신시 5백만원에 월21만원이던 집세를 30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복덕방의 부당수수료 요구=서울시 조례로 상한 (최대요금)을 설정해두고 있는 중개업자 수수료규정에도 불구, 복덕방에서 멋대로 소개비를 받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가 흥청대면서 최근 특히 말썽을 빚고 있는 게 바로 이 수수료 시비.
더구나 요즘에는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을 줄타기하며 내논 가격보다 몇백만원을 더 받아주겠다, 또 상대측에는 얼마를 싸게 해 주겠다는 등으로 거짓 소개를 하고 가감액의 절반씩을 수수료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등 농간도 적지 않아 거래당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수수료의 경우 서울시 규정요금<표참조>이상을 요구할 때는 지불을 거절하면 되고 앞서 같은 농간의 경우 모르고 당했을 때는 사기죄고소, 부당이득 반환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으나 일단 알고 동의한 경우에는 사후 방법이 궁하므로 우선 거래자 스스로 공연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박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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