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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한다고 차별"…印여성 수백만명, 620㎞ 인간띠 시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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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서 종교 양성평등을 요구하며 인간띠 시위를 벌인 여성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서 종교 양성평등을 요구하며 인간띠 시위를 벌인 여성들. [AFP=연합뉴스]

인도 여성 수백만 명이 종교 관련 양성평등을 요구하며 620㎞ 길이의 인간 띠를 엮었다.

PTI통신 등 인도 언론과 외신은 1일 오후 남부 케랄라주에서 여성 500만 명이 인간 띠 시위에 참여했다고 2일 보도했다.

주 전역에서 모인 여성들은 케랄라 북부 도시 카사라고드부터 남부 티루바난타푸람까지 620㎞ 길이의 도롯가에서 어깨를 맞대며 길게 늘어섰다. 여성들은 케랄라의 한 유명 힌두사원 출입과 관련해 양성평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 대법원은 10세부터 50세까지 여성의 출입을 금지한 사바리말라 사원의 제한을 풀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원은 생리가 가능한 가임기 여성에 대해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아왔다.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만 막는 인도 상당수 힌두사원과 달리 사원의 신성성 수호 명목으로 가임기 여성 모두에게 엄격한 '종교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지난 1일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서 종교 양성평등을 요구하며 인간띠 시위를 벌인 여성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서 종교 양성평등을 요구하며 인간띠 시위를 벌인 여성들. [AFP=연합뉴스]

이번 인간 띠 시위에 참여한 카비타 다스는 BBC방송에 "기도를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사원에서 기도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스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사바리말라 사원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습 등이 여성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위 참가 여성인 타누자 바타드리는 "사원 출입 문제를 넘어 인도의 남녀평등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바리말라 사원은 오늘 메인 이슈가 아니다"라며 "나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좌파 성향의 주 정부 지지 아래 진행됐다. 연방정부를 장악한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은 여성 출입을 막는 사바리말라 사원의 태도에 우호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리말라 사원은 힌두교 생육의 신인 아야판을 모시는 곳으로 해마다 2000만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찾는다. 여성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원 출입을 시도했으나 승려와 보수 신도들이 극렬하게 막은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보수 힌두교도들은 여성 신도와 기자를 폭행하고 수천 명이 모여 시위까지 벌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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