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양대세력 주도권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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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광주사태와 「메이데이의 달」5월을 앞두고 학생운동권 중 입장을 달리하는 「반노태우파」(반노파)와 「노학연대파」(노학파) 양대세력으로 분열, 가두정치투쟁을 통한 주도권경쟁에 돌입함으로써 격렬한 시위사태가 예상된다.
광주학살·5공비리 문제해결을 우선 목표로 하는 「반노파」는 문익환목사의 방북과 최근 공안당국의 재야·운동권에 대한 공세로 인한 학생운동의 침체를 4·19주간투쟁으로 만회,5·17을 정점으로 「노정권 퇴진투쟁」을 가속화시킬 방침이고, 「노학파」는 서울지하철과 현대중공업사태를 계기로 고양된 분위기를 지속, 5월1일 메이데이를 정점으로 「노학연대투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학생운동권의 양분화는 지난 87년 노동자대투쟁이래 활발해진 민중운동열기를 배경으로 비민족 해방민중 민주주의(NL) 계열이 『NL계열은 서총련과 전대협을 장악, 통일 운동과 전·이구속투쟁에만 몰두해 반민주악법과 폭압기구철폐 등 민중지원운동을 소홀히 해왔다』고 비판하면서 민중민주주의(PD) 계열을 중심으로 「노학파」로 대통합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양대세력화=지난 87년 6·10 민주화대투쟁 이래 학생운동의 주도권은 NL계가 서총련·전대협을 장악, 통일 운동과 5공청산운동에 주력해왔다.
올해에도 NL계는 재헌의회(CA)계 대부분을 흡수, 여전히 서총련·전대협을 장악하고 지난 3월 중간평가국면을 전후하여 「노태우퇴진 청년학생투쟁본부」(투쟁본부)를 발족, 노정권퇴진운동에 주력키로 했다.
이에 대해 CA계와 PD계는 지난해 올림픽 이후부터 서총련과는 별도의 「통일민주학생연맹」과 「민주화투쟁학생연맹」을 결성, 악법철폐와 민중운동지원을 위한 노학연대투쟁을 강조해왔다.
이들 비NL계는 지난 4일 마침내 PD계를 중심으로 10여개대생 7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대에서 「민중운동탄압분쇄와 노학연대를 위한 학생투쟁연합준비위」(학투련)를 발족, 대통합의 막을 열었다.
이들 「노학파」는 각 학교 총학생회 뿐만 아니라 서총련에 대해서 학생운동의 투쟁조직을 「반노파」노선에 따른 「광주·5공특위」, 자신들의 노선에 따른 「노학연대특위」를 설치, 2원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제2기 서총련을 출범시키기 위한 전체 대의원대회가 당초 예정된 15, 16일 열리지 못하고 22, 23일로 연기되는 등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
「노학파」는 자신들의 일원화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총련과 결별, 독자적으로 활동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노선투쟁=양파는 지난해 2학기 이래 「구국의 광장」 「전진」 「진군」 등 기관지를 통해, 또는 각 학교의 대자보 공방과 각종 집회의 유인물 배포전, 각종 회의에서의 격론 등을 통해 치밀한 노선투쟁을 벌여왔다.
「반노파」는 현재의 정세를 파쇼대 민주의 대결국면으로 보고 노동자·농민·지식인·재야 등과 「범국민투쟁본부」를 결성, 「노정권퇴진투쟁」에 집중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반학파」는 전두환씨의 증언, 특검제, 정호용씨 등의 처벌 등 광주학살과 5공비리에 대한 폭로전을 강화함으로써 노정권의 비정통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켜 제2의 「6월항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
「노학파」는 현재의 국면을 노정권이 기만적 민주화 조치를 취해 중간층과 야당을 끌어들여 민중을 고립화시키고 탄압을 강화하려는 개량국면으로 본다.
따라서 지하철노조·현대중공업사태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정권과 자본의 가속화되는 민중탄압을 분쇄하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중의 정치적 진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망=문익환목사의 방북은 「반노파」를 크게 당황시키고 위축시켰다.
애초에 「반노파」는 올 상반기의 투쟁일정을 4,5월 광주·5공투쟁, 6,7월 통일투쟁으로 잡았으나 문목사 방북으로 광주사태의 달인 5월에 통일논쟁을 벌여야 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반노파」는 16일을 끝으로 일단 문목사 방북투쟁을 마무리 짓고 4·19를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 5월에는 「노정권퇴진투쟁」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한편 「노학파」는 지하철노조·현대중공업사태로 고양된 노동운동의 분위기를 지속시켜 오는 5월1일의 메이데이를 기한 총파업투쟁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학파」는 24일부터 1주일간을 노학연대투쟁강화주간으로 설정, 치열한 가투와 노학연합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어 양파의 선명성 경쟁으로 학생운동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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