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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골프 왜 막나” 항변에 日 ‘공무원 골프금지법’ 개정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골프는 안되고 테니스는 됩니까. 골프에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혜 골프 의혹에 "테니스는 해도 되냐" #현행 국가공무원-이해관계자 골프 금지 #'골프 의원연맹', 요금 '더치페이' 땐 허용

지난 9월말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출연한 생방송 TV토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 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문제와 관련해서 절친인 가케 고타로(加計幸太郎) 이사장과 빈번하게 골프를 쳤다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렸다. TV토론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자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 주장한 지 약 3개월 만에 일본 국회에서 국가공무원의 골프 허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0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0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3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이 이해관계자와 골프를 치는 것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이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초당파 골프 의원연맹’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골프 이용요금은 각자 부담한다는 조건에서다.

현재 일본에서는 국가공무원과 이해관계자의 골프를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인허가 신청자, 보조금 신청자,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단 총리나 대신(장관), 부대신(차관) 등 특별직 공무원은 해당되지 않고 일반직 국가공무원이 골프 금지법의 적용 대상이다.

‘초당파 골프 의원연맹’이 골프 허용을 주장하는 이유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점을 들고 있다.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郎) 자민당 의원은 도쿄신문에 “골프는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다. 스포츠로서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규정 때문에 골프가 나쁘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교도=연합뉴스]

이 같은 움직임은 골프업계 등 스포츠 관련 단체의 압력도 작용했다. 이달 참의원 문교과학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본올림픽위원회(JOC)의 마쓰마루 기이치로(松丸喜一郎)상무이사는 “골프만 차별을 받고 있다”며 법 개정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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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국가공무원과 이해 관계자의 골프가 금지된 것은 2000년 이후다. 1990년대 대장성(현 경제산업성) 관료가 금융업계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도를 넘은 접대골프가 민관유착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무원 윤리규정에는 국가공무원이 이해관계자와 함께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여행, 마작 등과 함께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골프를 명기하고 있다.

름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전날 휴가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이 함께했다. [교도=연합뉴스]

름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전날 휴가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이 함께했다. [교도=연합뉴스]

골프 허용 움직임은 2015년에도 한차례 있었지만, 당시 정부 인사원(한국의 중앙인사위원회에 해당)이 일반 국민과 민간기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이 현행 금지 규정이 “타당하다”고 응답해 무산됐다.

소문난 골프광인 아베 총리는 29일부터 연말연시 휴가에 들어가자마자 이틀 연속 골프를 즐겼다. 30일에는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 홀딩스 회장 부부와 골프를 쳤다. 아베 총리가 올 한 해 골프 라운딩을 한 횟수는 14번이라고 닛케이 신문은 보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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