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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시련의 방미···트럼프는 골프 치자는데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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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시련의 미·일정상회담”
3일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7~18일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내세운 제목이다.

납치자 문제ㆍ통상 압력 동시 해결해야 #"납치자 문제 엮어 통상 압박하나" 우려 # 트럼프 "이번에도 골프 치자" 제안 #"좋은 기회지만...지금 골프 칠 때냐" 고민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4월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측이 요청해 급하게 성사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일본 소외’를 불식시키고,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한 등 통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두 개의 숙제 보따리를 안고 방미 길에 오른다. 아베 총리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에 있는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에 있는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는 북한과 대화국면에서 일본이 소외되면서 납치문제마저 내버려지는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일본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익명을 전제로 “지금은 미국에게 일본의 목소리를 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북·일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은 내부에서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가와이 가츠유키(河井克行) 총재외교특보에게 “(북·일회담에) 안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총리와 함께 걷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총리와 함께 걷는 모습 [AP=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자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하면서 통상문제까지 풀 수 있겠는가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수입제한 대상 국가에 일본을 포함시킨 상태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직접 요청하면 제외해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는 반면, 미·일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하는 등 실제 만나면 더 강한 통상압력을 가해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본에게 통상문제를 쉽게 풀어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납치문제, 핵개발 등 북한문제를 엮어서 미·일 FTA 등 일단 시장 개방을 요구해올 경우 대응하기가 어렵다. 통상 문제가 미·일 안보 문제로 영향을 받으면 일본의 외교력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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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회동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일정상회담 장소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다. 지난해 2월 첫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27홀을 돌며 ‘찰떡 외교’를 선보였던 곳이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회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사이타마현 소재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빨간색 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파란색 원)이 골프를 치는 모습. 아베 총리가 벙커에 굴렀다.[사진 TV도쿄]

5일 사이타마현 소재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빨간색 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파란색 원)이 골프를 치는 모습. 아베 총리가 벙커에 굴렀다.[사진 TV도쿄]

“트럼프와 1대1로 장시간 대화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외무성 간부)임과 동시에 “회담의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친밀함을 강조할 수 있다”는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다만 최근 모리토모 학원 관련 재무성의 문서 조작 문제로 여론이 안좋은 상황에서 “지금 골프를 칠 때냐”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골프 회동에 응할지는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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