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달초 미사일 전파 실험…“우리 좀 말려달라” 경고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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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이달 초 탄도미사일 전파 송신 실험을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요미우리 신문은 30일 복수의 군사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달 초 텔레메트리(telemetry·원격측정신호) 송신 실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구체적인 실험 날짜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요미우리 보도, 당국 "확인해 줄 수 없어" #김정은 이미 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하라" 시위용 관측

북한이 이달초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 정보를 송출하는 텔레메트리 실험을 실시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원안)은 화성-14형 미사일의 텔레메트리 장비. [중앙포토]

북한이 이달초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 정보를 송출하는 텔레메트리 실험을 실시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원안)은 화성-14형 미사일의 텔레메트리 장비. [중앙포토]

텔레메트리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뒤 비행 고도와 속도, 위치, 자세 등을 지상의 통제소에서 파악하기 위해 교신하는 장비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 실제 발사에 앞서 텔레메트리 전파를 쏘는 등 ‘사전전파 송출 실험’을 실시해 왔다. 이때문에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텔레메트리 전파 송수신 실험을 탄도 미사일 발사에 임박한 전조 증상의 하나로 여겨 왔다.

정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연구용으로 실험을 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취지로, 북한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도 들린다. 물론 북한은 이 실험을 하고도 실제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에 대한 압박용, 또는 경고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북한은 지난 2월 12일 조선신보를 통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발사 유예의 뜻을 밝혔고 이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서 미사일 발사 중단 의사를 보였다”며 “하지만 미국이 협상에 나와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군사적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파 송출 및 수신 실험은 미사일 발사에 임박해 준비한 기술적 송출이라기 보다는 ‘우리를 좀 말려달라’는 취지의 정치적 메시지 송출일 수 있다는 취지다. 전직 군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이 먹히지 않을 경우 ‘선수’들만이 알 수 있는 군사적 시위를 통해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며 “미국은 명분만 있으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음을 잘 아는 북한이 실제 도발보다는 시위성으로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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