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당의장(책상 끝 왼쪽) 등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이 14일 서울 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강정현 기자
◆ 상이한 여야 해석=하지만 합의 문구를 놓고는 여야의 해석이 시작부터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재개정안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진지하게'라는 표현을 먼저 제안한 게 열린우리당 측"이라며 "한나라당이 재개정을 목표로 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인 만큼 재개정까지 염두에 둔 합의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표현으로만 보면 여당이나 야당 어느 쪽이건 전향적으로 입장을 변화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 여당 유연성 보이나=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참패 이후 여당이 국민에게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 선거법에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여당이 부담감을 느꼈다는 말도 있다. 이미 노 대통령은 4월 말 사학법 재개정 여부에 대해 "여당이 양보하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거부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두려워한 측면이 컸다. 그러나 선거는 이미 끝난 만큼 더욱 '실용적인' 자세를 보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여당 내에선 지방선거 참패로 "민생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자"는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14일 지도부 워크숍에서 "지난 2년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당과 정부가 민생 관련 사안에 집중했을 때 당 지지율이 올랐고, 내부적인 혼선이 비춰질 때는 여지없이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국민은 사학법을 가지고 여야가 또 싸우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세금 정책 등의 재검토에 앞서 대통령까지 양보를 권유했던 사학법 재개정이 여당의 원만한 국정 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한 발짝 물러서는 선에서 합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여당 내부에선 '개방형 이사제 유지'는 사학법의 골격인 만큼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대세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문제는 타협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향후 여야 협상이 주목된다.
김정욱.이가영.남궁욱 기자<j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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