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진지하게 검토한다" 합의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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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당의장(책상 끝 왼쪽) 등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이 14일 서울 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강정현 기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4일 "(6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도 진지하게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당은 1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해당 상임위(교육위)를 통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의견 접근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 상이한 여야 해석=하지만 합의 문구를 놓고는 여야의 해석이 시작부터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재개정안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진지하게'라는 표현을 먼저 제안한 게 열린우리당 측"이라며 "한나라당이 재개정을 목표로 한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인 만큼 재개정까지 염두에 둔 합의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표현으로만 보면 여당이나 야당 어느 쪽이건 전향적으로 입장을 변화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 여당 유연성 보이나=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참패 이후 여당이 국민에게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 선거법에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여당이 부담감을 느꼈다는 말도 있다. 이미 노 대통령은 4월 말 사학법 재개정 여부에 대해 "여당이 양보하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거부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두려워한 측면이 컸다. 그러나 선거는 이미 끝난 만큼 더욱 '실용적인' 자세를 보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여당 내에선 지방선거 참패로 "민생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자"는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14일 지도부 워크숍에서 "지난 2년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당과 정부가 민생 관련 사안에 집중했을 때 당 지지율이 올랐고, 내부적인 혼선이 비춰질 때는 여지없이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국민은 사학법을 가지고 여야가 또 싸우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세금 정책 등의 재검토에 앞서 대통령까지 양보를 권유했던 사학법 재개정이 여당의 원만한 국정 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한 발짝 물러서는 선에서 합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여당 내부에선 '개방형 이사제 유지'는 사학법의 골격인 만큼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대세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문제는 타협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향후 여야 협상이 주목된다.

김정욱.이가영.남궁욱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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