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자 집마련 10∼15년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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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시민들은 요즘 집값이 다른 물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비쌀 뿐 아니라 계속 급등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는 부동산투기와 일관성없는 주택정책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응용통계연구소가 최근 서울 시내 거주 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값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밝혀졌다.
전세를 포함한 요즘 집값에 대해 「대단히 비싸다」거나 「다소 비싼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93.6%로 거의 대부분이 엄청나게 비싼 집값을 실감. 특히 자기집을 갖지 못 하고 있는 이들의 75.2%가 「대단히 비싸다」고 응답, 요즘 집값에 대한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집의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모두 전체 물가에 비해 높은 수준(매매 88.0%, 전세 88.4%)으로 평가하는 한편 전세를 포함한 집값이 계속 오름세(93.7%)에 있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 집값의 상승속도는 59.9%가 대단히 빠른 것으로 느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들(63.5%)이 단독주택에서 사는 이들(57.6%)보다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건평을 기준으로 할 때 요즘 집값은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비싸다는 이들이 절대 다수(68.4%), 반면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견해는 22.1%에 불과.
주택양식에 따른 가격상승폭에 대해서도 75.6%가 아파트의 가격상승폭이 단독주택보다 높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60.1%)이 아파트에 사는 이들(53.8%)에 비해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단독주택에 비해 훨씬 높다고 생각,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단독주택(42.8%).다음이 ▲아파트(23.5%) ▲전원주택(13.6%) ▲연립주택(빌라포함 9.7%)의 순.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들은 아파트(25.9%)나 연립주택(12.6%)을 선호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흥미롭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적당한 건평은 20∼30평미만(54.3%), 30∼40평미만(30.5% ) 등. 집값은 ▲2천만∼3천만원선이 적당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가장 많고(46.2%) 다음이 ▲3천만∼4천만원 (26.4%) ▲2천만원미만(13.1%)의 순. 따라서 집값이 4천만원이상인 경우 4인가족 생활로서는 주거비용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아파트의 평당가격은 ▲1백만∼1백50만원이 적당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45.0%)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1백만원미만(26.4%) ▲1백50만∼2백만원(21.5%)의 순으로 실제 아파트가격과 큰 차이가 있다. 응답자들은 평균수준의 생활봉급자가 자기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으로 10∼15년(36.1%)을 가장 많이 꼽았고 5년이하는 4.9%에 불과한 반면 20년이상은 11.3%나 돼 봉급자의 「내집마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요즘의 집값 상승현상에 대해 대부분(93.8%) 우려를 표시하고 집값이 비싸지는 이유로 ▲부동산투기열중(31.3%) ▲일관성없는 주택정책(28.4%) ▲주택공급부족(21.2%) 등을 지적.
반면 ▲집에 대한 집착(11.2%) ▲사회·정치적인 불안정(8.0%) 등의 지적은 이보다 크게 뒤져 투기근절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행정당국의 정책부재가 근본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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