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간사찰' 내규 고쳐 봉합?···여당, 벌써 총선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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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 3년차를 앞두고 부정적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에 직면했다. 근본적인 요인은 경제적 문제지만 단기적으론 ‘특별감찰반 불법 사찰’ 논란도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한 몫했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새해를 앞두고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단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6급 수사관의 일탈’로 규정하고 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15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한 일방적 주장”(17일 김의겸 대변인)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니 조직이 책임질 일은 없다는 논리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태우 수사관의 직속 상관이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만 사표를 냈을 뿐 그 윗선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나 조국 민정수석의 입지는 변함이 없다. 조 수석은 23일 페이스북 프로필에 “두들겨 맞으며 가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야당은 지휘책임을 문제삼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4일 조 수석의 프로필을 거론하며 “두들겨 맞는 이유도 좀 생각해봐야 한다. 청와대가 겸허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잘못됐다 생각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김태우 사건'에 대해 "맞으면서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페이스북 캡쳐

조국 민정수석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김태우 사건'에 대해 "맞으면서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페이스북 캡쳐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어찌됐던 김 수사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이미 여러차례 문제점이 노출됐을 때 제대로 된 조치를 하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적인 대화라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키보드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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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에선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이 철저히 금지돼다 보니 청와대 특감반의 역할 반경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박형철 비서관은 김 수사관의 ‘담당 부처’가 어딘지도 몰랐다고 실토할 정도의 상황관리가 안 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감반에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지금까지 관행처럼 위험수위를 넘나들던 규정을 명확하게 21조로 내규화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정도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도 잘못이 있다면 오히려 수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문 대통령의 강점인 솔직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그동안 쌓인 불만에 대한 책임 요구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응했는지는 돌이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온 김종양 인터폴 총재,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 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온 김종양 인터폴 총재,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 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에선 벌써부터 총선과 관련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만약 2020년 총선에서 여야 1대1 구도가 조성된다면 탄핵을 거친 야당이 아무리 힘이 빠졌어도 지난 6월 지방선거 때처럼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야당은 상당한 쇄신과 혁신을 거친 뒤 총선에 임하게 될 것”이라며 “반면 정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기득권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7.09.11./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7.09.11./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선 이때문에 새해에 문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할 청와대 참모들과 현역의원 장관들을 당초 계획보다 빨리 교체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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