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안경호 "남북관계 파탄"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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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76) 서기국장의 '한나라당 집권 시 북남관계 파탄' 발언 (10일 평양시 대중 집회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가 한반도 핵전쟁을 언급하면서 "첫째 가는 피해자는 남조선 동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조선반도 전체가 미국이 불지른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는 등 그의 발언은 1994년 같은 기구 소속 박영수 부국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케 했다.

안경호는 14일부터 광주에서 열릴 6.15 공동선언 6주년 민족통일 대축전에 북한 민간 대표단장으로 참석할 인물이다. 남녘 땅에서 화해협력과 통일을 외쳐야 할 사람이 방문 직전 한국에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평양 행사장에는 북한 당국 대표단을 이끌고 올 김영대 민화협 회장도 있었다.

한나라당은 정색하고 반박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13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공개적인 취소 발언과 사과가 없으면 정부가 안경호의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일 우리가 '김정일 정권이 인권을 개선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면 김정일 정권이 가만있겠는가"라며 "김정일 정권도 대한민국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남북포럼의 김규철 대표는 "정부는 왜 남북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안경호의 발언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가"라며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마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안경호 발언 파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남한 내부문제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했는지 공개적 입장 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건강 문제 등으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안경호가 자리 보전을 위해 대남 강경발언을 한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이영종.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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