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승리" 평가전 참패에도 코칭스태프 안 흔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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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5월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마친 뒤 27일 전지훈련지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16시간의 비행기 여행을 했다. 다음날부터 하루 두 차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글래스고의 궂은 날씨에 백야(白夜) 현상까지 겹쳐 선수들의 컨디션은 급격히 떨어졌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김남일과 박지성이 발목을 다쳐 며칠간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송종국.최진철.이을용 등도 잔 부상에 시달렸다.

6월 2일 노르웨이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전 미드필더를 빼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0-0이었지만 내용은 형편없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코치는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90%까지 올라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4일 가나전에는 베스트 멤버가 총출동했지만 1-3으로 참패했다. 잇따른 졸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아드보카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도 아마추어 팀을 상대로 평가전을 해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면 '대표팀의 조직력이 좋아졌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노르웨이.가나 같은 강팀과 붙어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대표팀은 6일 독일에 입성한 후 훈련을 하루 한 차례로 줄이며 본격적인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9일에는 '삑삑이'라고 불리는 셔틀런 테스트를 했다. 결과가 3월 실시 당시보다 좋게 나왔고,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체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미니 게임을 실시해 선수들의 일대일 대응 능력을 키우고 강도 높은 압박, 한 박자 빠른 슈팅을 몸에 배도록 했다. 그가 가나전 이후 계속 강조했던 '플레이의 예리함'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결전을 나흘 앞두고 토고의 감독이 물러났다. 이 상황은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랑크푸르트=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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