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 안정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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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골키퍼(아가사)와 한때 같은 팀(FC 메츠)에서 뛰었기 때문에 약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골키퍼 오른쪽으로 때렸는데 좋은 골이 됐다."

후반 교체멤버로 역전골을 터뜨려 '원정 첫 승'의 기쁨을 안겨준 안정환(30.뒤스부르크)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이 홈에서는 4강을 했지만 원정에서는 1승도 못했는데 오늘 이겨서 축구 원로들께도 기쁨을 드려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유일하게 월드컵 무대에서 3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3골은 아시아 국가 선수로서도 처음이다.

안정환은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 동점골, 16강 이탈리아전 연장 골든골 등 최고의 활약을 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방출된 안정환은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뛰었다. 안정환은 일본 리그에서 72경기 30골을 기록하며 또 유럽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05년 프랑스 FC 메츠에 입단했다. 그러나 팀 적응에 실패했고, 6개월 후 독일 뒤스부르크로 이적했다. 어려움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해외파 점검차 독일을 찾았을 때, 안정환은 석 달 만에 골 맛을 봤다.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순간이었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진 대표팀에서 안정환은 원톱의 자리를 지켰지만 네 차례 평가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후배 조재진에게 밀렸다.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이 끝나자 결국 스타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 후반전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은 안정환은 골을 향해 달려들었고 결국 일을 냈다.

안정환은 토고전 직전 집단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16강 진출을 위해 팀에 기여하고 싶다. 세 번째 골은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은 마음을 비운듯한 그의 말이 결국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역전 결승골이 됐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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