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마지막 기회, 여야 합의 안되면 330일 미뤄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강화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 12월 임시국회 처리 협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강화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 12월 임시국회 처리 협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지도부가 27일 임시국회를 앞두고 유치원 3법과 관련된 마지막 협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어 사실상 연내 통과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유치원 3법 등 쟁점 법안의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3당은 각 당의 정책위의장 또는 원내수석부대표와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 1명씩 참석하는 '6인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시국회 본회의를 사흘 앞둔 가운데 지금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여야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끝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쟁점 법안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180일내 상임위 심사를 거치고 심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자동 회부된다. 법사위에서도 심사 여부와 관계없이 9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넘어가고 본회의에서는 60일 후 자동 상정된다. 다시 말해 패스트트랙 안건이 된지 330일이 지나면 특정 정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의미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김현아(왼쪽부터), 김한표 간사, 곽상도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김현아(왼쪽부터), 김한표 간사, 곽상도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안건이 되려면 상임위 의원 6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만 찬성하면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원 반대해도 패스트트랙 상정이 가능하다. 양당을 중재해온 바른미래당도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패스트트랙 안건이 되면 논의에만 1년이 걸리게 된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패스트트랙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과 한국당 법안을 결합한 3법 중재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당 주장을 수용해 유치원 지원금은 보조금으로 바꾸지 않고 현행을 유지하되, 민주당 주장을 수용해 유치원 회계는 단일 회계로 바꾸는 법안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회계를 분리해 국고 지원은 국가가 감시하고 학부모 부담금은 학부모가 감시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라 중재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16일 교육부는 유치원 관련 법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선 현행법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이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일방적인 휴원이나 폐원을 하지 못하도록 학부모 동의를 의무화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기습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패스트트랙은 여야 합의보다 느리다. 민주당이 유치원법 처리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무리하게 연말에 심사할 필요 없이 내년 2월에 통과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여야는 26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상정 여부를 포함해 유치원 3법 문제를 논의한다. 교육부에서는 연내 처리가 무산될 경우 사립유치원 제도 개선 동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반발을 감안해 법 개정 후 2년간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패스트트랙보다 여야간 합의로 진행돼야 유치원 공공성 강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