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접근저지… 환영행사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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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익환 목사가 귀국한 13일 김포공항 주변에는 아침 7시부터 5천여명의 정·사복 경찰이 길목마다 배치돼 환영 나가는 재야인사·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승객·행인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폈다.
또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내외에는 1천여명의 작업복 차림의 경찰이 출입구마다 늘어서 출입자의 시훈과 소지품을 조사했다.
◇문목사 구속=수사관들은 문목사가 탑승한 NWA 061편이 13일 낮 12시35분 9번 탑승구 앞에 다가서자 탑승교에서 1m쯤 떨어진 곳에 비행기를 멈추게 하고 계단차로 문목사와 유원호씨만 별도로 내리도록 했다.
수사관들은 비행기가 착륙하자 검은색 승용차 3대와 흰색 승용차 4대를 계단차 옆에 대기시킨 뒤 30여명이 기내로 올라가 2명을 연행, 승용차에 태웠다.
이들 2명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에는 수감장소가 중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되어 있어 이들은 일단 안기부로 가 조사 받은 뒤 경찰서·유치장에 머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이 탑승했던 문목사 환영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우정 여성단체협의회장은 연행되지 않고 다른 승객들과 함께 정상적인 출구로 귀국했다.
◇환영객 저지·연행=전민련의 백기완 상임고문·전국 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 김영주 목사·서울민통련 곽법준 상임지도위원 등 9개 재야단체회원 22명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 회관 앞에 모여 전세 버스 편으로 김포공항으로 향했으나 낮 12시쯤 개화동 공항진입로 개화 검문소에서 경찰의 저지를 받고 모두 돌아갔다.
또 낮 12시20분쯤 개화 검문소에서 한국기독교 장로회 생명교회 (주임목사 문대골) 신자 8명이 탄 미니버스도 경찰의 저지로 공항접근이 차단됐다.
문목사 도착 2시간전인 오전 10시 30분쯤에는 민가협회원과 문목사 아버지 문재린 목사가 세운 한빛교회 신도 등 20여명이 공항청사로 들어가려다 대부분 연행됐다.
문목사의 동생 문동환 의원 (평민당)과 어머니 김신묵씨 (부인 박용길씨(69), 장남 호근씨 (43) 등 가족 5명은 오전 11시55분쯤 평민당 이해찬 의원과 함께 공항에 도착, 귀빈주차장 통로를 통해 청사에 들어갔으나 문씨가 일반출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연행되자 오후 1시20분쯤 귀가했다.
◇환영대회=전민련·전대협 소속 재야인사와 시민·학생 등 1천5백여명은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13일 낮 12시 연세대 민주광장에서 「조국 통일의 선구자 문익환 선생 평양 방문보고 및 환영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이날 환영위는 결의문을 통해▲문목사의 구속에 맞서 결연히 투쟁할 것▲문목사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허담 위원장과의 공동성명 적극지지등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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