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권탄핵 청원할 국회의원 함께 찾습니다”…현직 판사의 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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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안 수원지법 판사가 올린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함께 찾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 [아고라 청원글 캡처]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가 올린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함께 찾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 [아고라 청원글 캡처]

현직 판사가 20일 한 포털사이트 청원 게시판에 ‘법관 탄핵을 소개해줄 국회의원을 함께 찾아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차성안(41ㆍ사법연수원 35기) 수원지법 판사는 이날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사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의 법관징계위원회는 최고징계인 정직 1년조차 하나 없는 셀프 징계로 봉합하려 한다”며 “가기 두려운 길이지만, 헌법상 국민의 청원권을 통해 국회에 법관 탄핵을 청원하려고 한다”고 썼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법관 사찰의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앞서 18일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 13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정직ㆍ감봉ㆍ견책 등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차 판사는 징계 발표 이후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정직 1년이 단 하나도 없다니. 탄핵 국회 청원을 해볼 생각입니다. 같이 하실 판사님은 연락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수 명의 판사가 그에게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차성안 판사.

차성안 판사.

차 판사가 ‘법관 탄핵 국회의원 찾기’에 나선 건 현직 판사로서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헌법 제26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과 달리 국회 청원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이 존재한다. 차 판사는 “판사로서 (특정 국회의원을) 비공개 접촉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아는 국회의원에게 법관탄핵 청원 소개 가능한지 문의해 그 결과를 댓글로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법원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차 판사의 행동은 법관으로서도, 동료로서도 지나치다”라며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직 판사가 국회에 법관 탄핵을 청원한다는 것도 지나치지만, 여론을 이용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이 법관 사찰과 각종 청와대 관련 사법독립 포기에 대해 이토록 관대하다니 황당하다”며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사법농단은 반드시 재발한다. 파면하려면 탄핵밖에 없다”고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후연ㆍ박사라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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