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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vs 김남구…증권업계 순익 1위 놓고 막판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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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증시 결산을 앞두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증권업계 이익 1위 자리를 놓고서다.

3분기까지 영업익 133억 차이 #미래에셋, 선두 한국투자 추격

1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52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5397억원을 영업에서 벌어들이며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9개월 동안 영업이익에서 두 회사의 차이는 133억원이다. 올 4분기 실적에 따라 1위 자리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과 김 부회장이 연말까지 남은 기간 성적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외형(매출)은 미래에셋대우(9조8500억원)가 한투증권(5조5200억원)을 크게 앞섰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한투증권이 실속 있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에선 미래에셋대우(4343억원)가 한투증권(4109억원)을 234억원 차이로 눌렀다.

최근 김연추 전 한투증권 차장이 미래에셋으로 옮기는 것을 놓고서도 두 회사는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차장은 올 상반기에만 22억원이 넘는 성과 보수를 받아 업계 최고 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최고의 대우로 김 전 차장을 영입한 미래에셋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파생상품 분야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전체로는 올해 사상 최고의 호황이 예상된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56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3조61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전체 현황을 집계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때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돌파하며 주식 거래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56개 증권사의 자산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449조4300억원으로 지난해 말(390조1200억원)보다 6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사 자산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증권가 분위기도 급속히 차가워질 전망이다. 벌써 내년 증권사 실적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순위 경쟁보다는 생존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을 포함해 국내외 불확실성은 커지고 수출 둔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내년 증시를 낙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외 주요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며 주식 중개로 벌어들인 수탁 수수료와 자산운용 손익은 감소할 전망”이라며 “전반적으로 내년 증권업계 순이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증권사는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염지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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