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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연구법인 분리 산은도 동의…노조 “총파업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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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동걸. [뉴스1]

이동걸. [뉴스1]

한국GM이 18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잇따라 개최해 연구개발(R&D) 조직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당초 입장을 바꿔 법인 분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오는 26일 한국GM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4045억원의 추가 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 입장 바꿔 … 4045억 지원 #GM은 신설 법인 10년 유지 조건 #생산 배정 신차 2종 개발도 맡겨 #노조 “산은·GM 거래했나” 반발

미국 GM 본사는 한국GM 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한국 사업에 대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2개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추가로 한국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GM 본사가 한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던 차종의 ‘개발’까지 맡긴다는 뜻이다.

지난 5월 GM은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신차 2종을 한국에 배정했다. 2021년 부평공장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22년 창원공장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생산하기로 했는데 이 차종의 생산뿐만 아니라 신차 개발까지 한국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신차 2종은 동일한 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개발한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우수한 협력업체는 보다 많은 부품을 공급할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산은과 GM은 이날 ‘주주 간 분쟁해결 합의서’를 체결했다. 산은이 법인 분리에 찬성하는 대신 GM은 신설 법인을 글로벌 차원에서 SUV와 CUV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최소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GM이 ‘10년 이상의 지속 가능성’과 ‘추가 R&D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합의서에 담겼다. 합의서의 ‘노력’이란 단어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10년 후 한국GM의 미래를) 문서로 보장받는 건 제 능력으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일단 시간은 벌었지만, 10년 뒤 GM의 생산시설 철수 가능성까지는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10년 후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될지, 전 세계 산업 구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10년 후 보장을 구속력 있게 문서로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10년간 한국GM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한국GM 노조는  “(R&D 부문만 남겨 두고) 한국 생산 공장을 폐쇄·매각하기 위한 절차”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GM 노조는 “한국GM과 산업은행이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추측한다”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총파업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 10월 주총에서 R&D 법인 분리를 추진했다. 당시 산은이 선임한 이사진은 한국GM 노조에 가로막혀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미국 GM이 선임한 이사진은 R&D 법인 분리 안건을 처리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산은은 법원에 주총 결의의 효력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산은의 손을 들어줬다. 산은은 GM에서 법인분리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외부 용역기관에 검토를 맡겼다. 18일 산은이 받은 검토 보고서는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부채비율도 낮아져 경영 안정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산은은 GM과의 협의를 거쳐 주총에서 법인 분리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은 노조 편도 아니고 GM 본사 편도 아닌 채로 한국GM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이냐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며 “신설 R&D법인과 생산법인의 양쪽에서 각각 2대 주주의 권리를 유지하고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GM 노조의 반발에 대해 이 회장은 “노조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한다면 잠재적으로 이익이 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반대만 하지 말고 진지하게 협의하면 좋겠다”며 “이 문제는 대화와 협의로 풀어야지 투쟁으로 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정완·문희철·정용환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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