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식회사가 뭡니까"… 경제 정보 교류할 채널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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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위원

북한은 모른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국경 없는 경제니, 총성 없는 전쟁이니 하는, 우리에겐 진부한 표현도 북한에는 생소한 말이다. 경제특구를 지정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외국의 투자가 몰려올 것으로 생각한다. 인프라의 미비 혹은 노동시장의 부재 같은 것을 지적해도 소용없다. '같은 동포끼리 민족적인 차원'에서 사업하는데 그런 것이 별문제냐는 인식이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크게 인심을 써 '통째로' 내주었는데 왜 제대로 안 되고 있느냐고 불평이다. 문제는 '통째로'가 아니라 '제대로' 마련하는 데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공장의 지배인은 남한 기업이 방문하기만 하면 당연히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다녀갔어도 투자는 하나도 없다며 남쪽을 탓하게 된다. 남한 경제를 연구한다는 학자는 주식회사란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남한 역시 모른다. 북한 경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분야도 파악이 잘 안 되어 있다. 결국 정부나 기업 모두 '희망 섞인 분석'에 의거해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셈이다.

따라서 서로 알아야 한다. 체제가 다른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경제정보와 통계도 오고 가야 한다. 경제 관련 공무원과 학자의 교류도 시급히 활발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북 경협의 진전은 어려우며, 접촉이 오히려 불신과 불만을 키우기 십상이다. 그래야만 정부의 대북 지원이나 경제협력이 체계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투명성 시비도 사라지게 된다. 기업의 대북 진출 결정도 한층 용이해진다.

남북 모두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6.15 공동선언은 민족경제의 공동발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공동발전계획은 물론 경제정보 교환 채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측 정부 모두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조동호 위원 (KDI 선임연구위원)

◆ 평양 특별취재단

▶취재 강영진.김영욱.안성규.홍병기.유철종.정용수 기자

▶사진 신동연.김춘식 기자
▶자문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위원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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