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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간사찰? 우병우 때와 달라” 야당 “위선 도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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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청와대사진기자단]

17일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이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감찰 활동을 벌였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우병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부인했다.

김태우 “전 총리 아들, 은행장 감찰” #청와대 “김씨, 전 정부 특감반 활동 #현 정부서도 첩보 올려 중단시켜” #한국당 “국기 문란 진상규명을”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 비위 문제로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이날 언론을 통해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 현황, (민간) 은행장의 동향, 외교부 간부의 사생활, 쓰레기 대란 사태 환경부 동향, 삼성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동향 등 자신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작성·보고했던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한 데 대한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사관 등 과거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출범 초기에도 관행처럼 ‘공을 세운다’는 취지로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킬(kill)’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사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든 뒤 관련 정보를 생산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경고를 줬다”며 “김 수사관 역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정부 출범 초기 김 수사관이 민간인 관련 첩보를 보고하자 이인걸 특감반장이 ‘이런 것 쓰지 말라. 업무 밖 사안이다’며 시정조치했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김 수사관이 공개한 첩보 목록 중 전 총리 아들과 은행장 관련 등 2건이 민간인 감찰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첩보를 수집할 때 불분명하거나 ‘불순물’이 묻어서 함께 들어온다. 해당 건은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폐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첩보는 반부패비서관까지만 보고되고 민정수석에는 보고되지 않는다”며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특감반원이 내는 최초 보고서의 80~90%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것”이라며 “조국 민정수석에게 실제 보고되는 것은 전체 초기 생산 첩보의 10% 정도”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해당 2건을 제외한 나머지 보고는 “특감반의 고유 업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쓰레기 사태나 작업환경 보고서는 부처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직무감찰의 일환이며, 외교부 직원 감찰도 공무원법 78조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해 감찰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첩보 목록을 공개한 김 수사관에 대해 청와대 보안규정 위배를 이유로 법무부에 추가로 징계요청서를 발송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수사관은 8월 부적절한 행위로 이미 경고를 받았다”며 “지난달에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본인이 생산한 첩보를 확인한 것은 영향력 행사의 오해가 있고, 수사 대상자 최모씨와 경찰청 방문 전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후에도 최소 몇 달간은 ‘부절절한 보고’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목록 폭로와 관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특감반 의혹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조속히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민간인 사찰이 없다고 했던 이 정부가 전 총리와 은행장 정보를 수집하는 표리부동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부 때의 ‘박관천 경정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비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은) 국기 문란이라고 주장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불법 사찰을 막겠다고 했다”며 “정권의 위선적인 태도가 도를 넘고 있다. 청와대는 자꾸 국정조사거리를 늘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현재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이석수 초대 감찰관 이후 26개월째 공석이란 점을 들며 “견제장치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비위 의혹으로 쫓겨난 감찰반원과 청와대의 진실게임이 가관”이라는 비판 논평을 냈다.

강태화·김준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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