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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사랑’ 식나…5·6월 트윗 41건, 10월 이후는 6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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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ㆍ미 간 비핵화 협상이 계속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에서 북한의 존재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6일 본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 올 1월 1일 이후 올라온 트윗 316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북한을 언급한 트윗은 모두 95건이었다. ‘North Korea(북한)’라는 단어가 91차례 나왔다. ‘Pyongyang(평양)’,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의 표현도 썼다.

1월 14일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한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 한 것"이라는 트윗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1월 14일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한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 한 것"이라는 트윗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시기별로는 올 1~6월 사이가 68건이었다.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렸는데, 이를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중적으로 북한 관련 트윗을 올렸다. 5월이 21건, 6월이 20건이었다. 정상회담 다음 날인 6월 13일에는 북한과 관련해 7건의 ‘폭풍 트윗’을 올렸다. 7건은 그가 올해 들어 하루에 올린 트윗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하지만 하반기로 오면서 북한이 등장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7~12월 사이 북한이 언급된 트윗은 27건으로 상반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본격적인 중간선거(11월 6일) 국면으로 접어든 10월 이후에는 북한 관련 트윗이 6건밖에 없다. 10월 1건, 11월 2건, 12월 3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9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의 중간선거 지원유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을 쓰기엔 트윗 빈도가 현격히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 평균 트윗 수는 263.7회다. 월별로 치면 10월에 가장 많은 368건의 트윗을 올렸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소개한 트윗 한 건이 전부다. 이후 11월 1일 “중국과 북한 문제를 협의했다”는 트윗을 올리기 전까지 24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서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때는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KJU’ 혹은 ‘로켓 맨’으로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올 들어서는 호칭이 달라졌다. ‘Kim Jong Un(김정은)’은 올해 25차례 언급됐는데 북ㆍ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5월 31일 처음으로 ‘Chairman Kim(김 위원장)’이라는 존칭이 등장한다. 이 존칭은 10월 7일까지 12차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14일 트윗에서 다시 ‘Kim Jong Un’으로 돌아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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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같이 개인적인 감정 표현부터 중요한 정책이나 개각 예고까지 트윗으로 날리는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변화는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대중 외교인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 바로 드러난다. 올 들어 중국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05건이다. 상반기가 48건, 하반기가 57건으로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트윗을 올렸다. 소재도 미ㆍ중 간 무역 전쟁에서부터 북핵 협력까지 다양했다.
북한 관련 트윗이 줄어든 것과 관련, 외교가에서는 북핵 문제에서 기대했던 성과가 좀처럼 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집중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올린 트윗에서 “많은 이들이 나에게 북한과의 협상을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묻는데 나는 언제나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말이다(in no hurry)”라고 했다. “북한에는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이룰 굉장한 잠재력이 있고 김정은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국민을 위해 이 점을 완전히 이용할 것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면서다.
비핵화 완료 시점을 두고 1년 정도의 초단기 비핵화를 시사했다가 자신의 1기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로 거론하며 비핵화 시점을 놓고 오락가락 말을 바꿔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뒤부터 공개적으로 이런 느긋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제재를 통한 최고의 압박이 유지되는 한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진을 올렸다. "싱가포르 합의에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글도 덧붙였다. [트위터 캡처]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진을 올렸다. "싱가포르 합의에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글도 덧붙였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북핵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듯한 조짐을 놓고 국내외에선 우려도 나온다. 지금처럼 북한은 버티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잃으면서 모처럼 마련된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이 떨어지는 게 정부가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개각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2020년 재선 준비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사일 발사장 폭파 생중계 등 리얼리티쇼 같은 극적인 이벤트를 성사시키지 못할 바에야 그 사이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적당히 관리만 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하나의 카드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비핵화 실무 협의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등 국내 정치 측면에서 국면 전환용으로 갑자기 나서는 것이고, 북한 역시 이를 노리고 있다”며 “그럴 경우 1차 회담 때와 비슷한 수준의 타협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탄두를 대량 생산하라는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 지시는 철회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히 타협하면서 핵이 있는 채로 상황을 어정쩡하게 끌고 가고, 결국 신고와 검증을 소홀히 하는 ‘나쁜 비핵화’에 합의하는 게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사실상 북핵 문제를 방치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에서 국제문제그룹 책임자를 맡고 있는 켄 가우스 박사는 15일 미국의 소리(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압박을 통한 비핵화 우선 노선을 걷는 한 그는 전략적 인내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북ㆍ미 간에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는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밀렸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하반기 들어 중간선거와 스캔들 등 국내 정치적 이슈들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 북한 언급이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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