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마술, 알고 보니 수학 숨어 있었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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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호 32면

책 속으로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
이언 스튜어트 지음
전대호 옮김, 반니

수학 마니아 위한 칼럼집이지만 #어려운 수식 건너뛰어도 무방 #수학자들의 독특함 보는 재미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한 SF 작가가 말했다. 수학도 그러하겠다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했다. 수학을 잘하게 된다는 게 어쩌면 ‘마법’을 잃는 길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마법사’가 되는 길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수학을 영감과 즐거움의 원천으로 여겨온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이언 스튜어트는 어떻게 케이크를 자를까?(How to cut a cake)』를 읽은 후 소감 중 하나다.

무슨 얘기인가 싶을 터인데 카드 마술이 대표적이었다. 우선 카드 묶음을 반으로 나눠 쥔 뒤 양쪽 카드를 한 장씩 엇갈려 섞는 방식(파로 셔플·Faro Shuffle)부터 터득하자. 두 방식이 있는데, 반으로 나누기 전 맨 위에 있던 카드가 엇갈려 섞은 후에도 맨 위에 있다면 ‘바깥 엇갈리기’, 두 번째에 있다면 ‘안 엇갈리기’다. 그리곤 확신만 하면 된다. 카드를 바깥(또는 안) 엇갈리기로 섞고 또 섞으면 언젠가 애초의 배열로 돌아온다는 점을 말이다. 52장으로 구성된 카드를 바깥 엇갈리기로 섞을 경우 8번 만에 원래 순서가 된다. 그러므로 지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카드 한 벌을 꺼내 들어도 좋겠다. 단, 엇갈리는 방법을 헷갈려선 절대 안 된다. 안 엇갈리기로 할 경우 52차례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좀 더 간단한 카드 마술도 소개했다. 네다섯 번의 손동작이면 상대방으로부터 감탄을 받아낼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곤 소곤거렸다. 더하고 거듭제곱하고 나머지를 구하면 되는 정수론이 적용될 뿐이라고.

이 책이 쉬운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썼던 수학 칼럼의 증보판이다. 고교 과정에서 보지 못한 수식도 제법 나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진 말자. 수식들을 건너뛰더라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전화기 줄과 DNA 분자, 해저케이블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비틀림과 감김의 수학이 있다. 영토에 색칠하는 문제가 전기회로 불량 검사로 실용화돼 12만5000차례 검사해야 할 걸 단 4번에 끝낼 수 있게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일컬어지는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부활절 날짜 계산법을 틀린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4200년의 부활절이 4월 20일인데 4월 13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학자란 인간 종족이 얼마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의 소유자인지 깨닫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비눗물에 철사를 담갔다가 꺼냈을 때 만들어지는 거품들의 다양한 모양을 보며 ‘극소곡면’이란 수학을 떠올리고, 벽돌을 실은 화차가 교차점에서 쓰러지는 걸 보곤 그래프 이론을 만들었다는 게다. 신발 끈 묶는 방법도 수학(수학적 측지선 이론)이 된다.

수학에 대한 얘기지만 궁극적으론 인간에 대한 직관도 얻을 수 있다. 케이크 분배가 그 예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모든 참가자가 케이크의 각 부분에 부여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분배가 가장 간단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특정한 몫에 대한 가치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실제론 정반대가 참이다. 참가자들의 가치관이 불일치할 경우, 모든 참가자를 만족시키기 더 쉬워진다. 서로 자신의 것이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다.”

사실 이 책의 영문판은 원래 2006년에 발간됐다. 무려 12년 전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종종 “이제라도 번역본이 나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수 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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