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협상 타결해도 중국 내년 수출 증가율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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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90일 안에 가까스로 타결되더라도 내년 중국 경제가 즉각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관세전쟁 여파로 수출 증가율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고, 일자리 44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이다.

미 씨티그룹 2019 전망 보고서 #"중국 노동집약산업 경쟁력 저하" #90일 시한부 연기 관세 현실화하면 #GDP증가율 1% 이상 감소할 듯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씨티그룹이 ‘2019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이같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특히 노동집약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급격하게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봤다. “관세전쟁에 따른 인건비 급증이 중국 고용시장에 압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쟁 협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중국 내 글로벌 기업이 점진적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를 쓴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생산공장 이전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무역전쟁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기업들이 결국 중국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옮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이 순항 출발하기는 했지만,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시한부로 연기한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내년에 25%로 높인다면 중국 수출 규모가 5.6%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대미 수출 규모 감소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중국이 협상 초기에 이전보다 크게 누그러진 태도로 나온 이유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대미 무역흑자가 전년동기 대비 9.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무역전쟁 국면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가 늘고 있다. 미국은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단 태도다.

 보고서는 “미·중이 최근 90일 ‘휴전’을 선언하면서 무역전쟁 긴장감이 다소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만, 양국의 상당한 견해차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출 규모가 5% 이상 감소하면 무역흑자 증가율도 자연스레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연 4500억 달러(약 509조원) 규모에 이른다.

 무역전쟁은 결과적으로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시한부 연기된 관세가 현실이 되면 2019년 중국 GDP 증가율이 1.04%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자본시장에 문을 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개방이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보고서는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중국에 고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와 자본시장 개방을 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중국 대내적으로 농촌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농촌 개발을 통해 무역전쟁 충격을 완화하라는 조언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토지 개혁을 단행하면 농촌 지역에 잠재적으로 약 20조6000억 달러 규모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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