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루 '탄저 테러' 공포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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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2001년 가을 백색가루가 든 편지로 인해 미국인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백색가루에는 탄저균 포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았다.

탄저균을 막아낼수 있는 강력한 백신이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하버드의대 이기은(여.38.사진) 박사는 기존 백신에 비해 효능이 뛰어난 탄저병 백신을 개발, 관련 논문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자에 발표했다.

미 바이오포트사가 1970년에 내놓은 탄저백신은 독소에 대한 항체만 생산하고 순도가 낮아 부작용을 일으킬 뿐 아니라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받아왔다.

이에 반해 이박사의 백신은 탄저균의 독소항원과 표면항원을 결합, 박테리아와 독소를 동시에 공격할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과학대중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 백신은 박테리아와 독소에 대한 항체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백신으로, 다른 전염병에도 원리를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CNN 등 미국 유수 언론도 "생화학 테러에 대응하는 강력한 방어무기가 탄생했다"며 새로운 탄저백신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기은 박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실험 등을 거쳐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과정을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박사는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으로, 미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부터 탄저백신을 연구해 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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