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산불…발만 동동 구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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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숲이 울창해지면서 산불피해가 해가 갈수록 늘고 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예방·진화 인력과 장비는 태부족해 대책이 시급하다.
산불 예방령이 내려진 3월 들어서만 주말마다 전국에서 10∼20여건의 산불이 나는 등 올 들어 3개월 동안에 모두 1백18건에 2백여만평의 피해가 났다.
이는 지난해 2백70건 2백63만평 피해에 비해 80%나 차지하며 그 중 S11, 12일 주말 이틀간 11명의 주민이 불을 끄다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늘어나 사후 보상문제도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화인>
올 들어 발생한 산불 1백18건 중 논두렁·밭두렁을 태우다 일어난 것이 42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입산자들의 담뱃불 등이 41건.
이는 농사철을 앞둔 농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논두렁 등을 태우다 때마침 분 강풍에 불길이 야산으로 번져 일어났고, 또 입산자들의 부주의 등 때문이다.
게다가 군사작전의 사격연습으로 불똥이 튀어 일어난 불도 12건에 이르며, 성묘 객의 부주의도 11건이나 되고 있다.
사격장의 유탄으로 불이 난 경우는 지난 18, 19일 경남 김해에서 2백여km의 임야를 태운 올 들어 가장 큰 산불.
주민 6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은 강원도 홍천 산불은 이 마을 주민 장칠복씨(67)가 주민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마하고 밭두렁을 태우다 강풍에 불길이 번져 일어났었다.

<문제>
7O년대부터 산림녹화 시책으로 산림이 매우 울창해졌으나 진화장비·인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장비·진화작업 또한 재래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날로 대형화하는 산불을 제때에 잡지 못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산에 인도 개설이 되지 않아 산불이 나도 진화장비·인원접근이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진화작업에 가장 효과적인 헬기도 현재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11대 중 실제 가동은 8대에 불과해 이달들어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진화 출동이 한정되는 것도 큰 문제
진화장비의 경우 충북은 20ℓ들이 물을 담는 등·짐 펌프 1천1백12개가 고작이고 대부분 불갈퀴·삽·톱 등 재래식장비 뿐이다.
경북도 보호 임야가 총 1백73만9천km에 이르고 있으나 무전기 5백28대, 불털개 3천3백57개, 불갈퀴 9천3백20개, 쇠스랑 1만1천4백44개, 등 짐 펌프 3천7백27개 등이다.
이 같은 장비 중 불이 났을 경우 물을 담는 등 짐 펌프는 사실상 쓸모 없고 불털개·쇠스랑도 초가집 진화에나 사용할 수 있을 뿐 있으나 마나한 장비다.
인원도 마찬가지. 강원도의 경우 1백22개 감시초소에 7백17명의 산불감시원이 있으나 넓은 도 전체를 맡기에는 어림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산불이 나도 수 십년간 공들여 키운 산림피해를 본 산주들에 대한 보상이 없어 산주들은 산림재해 보험제도 등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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